“앉지 말라고요. 밥 먹는 데 기분 나쁘잖아요!”
밥을 먹던 중학생 상혁(가명)이는 엄마가 옆에 앉자 버르장머리 없는 말을 한 뒤 자리를 박차고 자기 방으로 가 버렸다. 상혁이는 어느 순간부터 항상 분노에 차 있었고 엄마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그런데 상혁이가 원래부터 그런 아이는 아니었다. 아빠의 직장 때문에 일본에서 살았던 상혁이는 초등학교 때만 해도 공부를 열심히 하던 아이였고 엄마와 사이가 매우 좋았다. 문제의 발단은 중학교 때 교육열이 높은 서울로 이사를 온 뒤부터다.
일본에서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던 상혁이는 서울 친구들을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하지만 상혁이를 더 힘들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엄마의 기대였다. 하루는 한 문제만 틀린 일본어 시험 결과를 엄마에게 보여준 일이 있었다. 매우 좋은 성적이었고 칭찬을 받을 만했다. 하지만 엄마의 반응은 달랐다. 엄마는 상혁이에게 ‘일본에 살았는데도 어떻게 틀릴 수 있느냐’며 화를 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상혁이는 절망감에 빠지게 되었다. 상혁이는 이렇게 말했다.
“기대하면 더 망치고 싶어요. 엄마가 저한테 기대하면 그 기대를 부숴버리고 싶어요. 엄마가 싫어요.”
엄마의 기대를 적극적으로 저버리고 싶은 마음이 상혁이를 지배했다. 당연히 자신의 기대마저 상실해 버렸다.
자녀가 A가 하나, B가 넷, F가 하나인 성적표를 부모님께 가져왔다. 그렇다면 부모는 무엇에 관심을 쏟을까? 마커스 버킹엄은 부모 대부분이 A에 주목하기보다 F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잘한 점을 칭찬하기보다 문제가 되는 것에 집중해 자녀를 혼내거나 못한 이유를 추궁한다는 것이다.
이 있고, 타인의 좋은 점보다 나쁜 점에 더 집착하며, 긍정적인 기사를 언급하기보다 부정적인 기사를 더 언급하는 경향이 밝혀졌다. 유독 부모님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이 긍정적인 점보다는 부정적인 점에 더 주목한다는 것이다. 좋은 일도 많았을 텐데 9시 뉴스에는 안 좋은 일만 주로 나오는 것도 그 이유다. 하지만 상혁이의 예에서 보았듯이 너무 단점에만 초점이 모이게 되면 동기부여 자체를 상실할 수 있다. 자신의 장점을 바라보고 미래를 낙관적으로 그리기보다 자신의 문제점에 매몰돼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문제점은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장점에 주목하지 못하고 문제점만 바라보게 된다면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문제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 갈 수 있다.
상혁이가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았다.
“못한 것만 지적하지 말고 잘한 것도 칭찬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F에 집착하지 않고 A의 강점을 마음에 품을 때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기대는 강점을 먹고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