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에 탄생한 새로운 멍청이들

 

시대가 바뀌면 많은 것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다. 권력의 중심도 이동하고 문화의 축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생성된다. 변화에 맞춰 사람들의 가치관도 자연스럽게 조정된다. 그런 관점에서 소셜 미디어가 우리 삶 아주 깊게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많은 판단 기준이 패러다임에 맞게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공중파나 주요 언론사가 여론을 움직이는 거의 유일한 기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다양한 목소리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거대한 창발이 발생하면 주류 여론마저도 어떤 작은 시작으로 인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니 새로운 부류의 바보들도 등장하고 있다. 예전에도 이런 부류의 멍청이들이 존재했지만, 요즘은 우리 사회에 큰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규모가 커질 때도 있다. 이런 글을 쓸 때는 가장 먼저 자신부터 글에서 언급한 잣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깊게 반성하며 새로운 시대에 나온 멍청이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1. 익명성 뒤에 숨은 겁쟁이

 

소셜 미디어의 장점이자 동시에 약점은 쉬운 접근성이다. 이메일 계정 하나만 있으면 쉽게 본인 확인 없이 가짜 계정을 만들어 네트워크에서 활동할 수 있다. 그렇게 가짜 계정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익명성 뒤에 숨어서 감정을 배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악의 경우는 심지어 자신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소셜 미디어라는 허상에 갇힌 겁쟁이일 뿐이다. 누군가를 뒤에서 괴롭히면서 어떤 변태적 쾌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런 행위는 자신을 조금씩 옭아맨다. 누군가를 공격하면 비슷한 심리를 가진 사람들이 동조하고, 그러면서 뭔가 되는 것 같지만, 결국 아무것도 되는 것은 없다. 모든 실제 현상은 종국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 허무함과 괴리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이다. 누군가를 괴롭히려고 익명성 뒤에 숨었지만, 결국 숨어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이다. 자신을 속이는 일처럼 바보 같은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2. 자신의 이념을 지지하는 행동이 절대적 선이라고 착각하는 어른이

 

소셜 미디어에서는 누구나 의견 개진이 가능하고 정보의 확산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래서 특히 이념적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는 모르겠지만, ‘키보드’ 전쟁이 시작된다. 특히 정치는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의 지지 정당을 옹호하는 활동 그리고 반대로 싫어하는 정당을 비난하는 활동이 마치 절대적 선인 것 마냥 활동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은 다 적으로 간주하고 근거도 없는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런 사람들이 정말 꼴도 보기 싫을 때는 마치 자신만 제대로 알고 있고 나머지는 무지하다고 생각할 때이다. 자신의 가치관이 타인에게도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가치관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래서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가치관에 우열이라는 것은 절대 존재할 수 없다. 막상 이렇게 온갖 똑똑하고 정의로운 척은 다 하는 바보들이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아무것도 안 한다. 정당을 지지하면 합법적 후원금을 내는 적극적인 지지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현실적 실천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냥 자신의 감정을 채우기 위한 키보드 워리어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앞에서 말한 익명 계정을 특히 많이 사용한다.

 

 

3. ‘좋아요’에 집착하는 중독자

 

소셜 미디어가 이렇게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들어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많은 이유 중에서도 핵심은 바로 포스팅에 따라오는 ‘좋아요’라는 평가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일상에서는 칭찬받을 일도 많지 않고 또 그런 일을 실제로 했음에도 어떤 상황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상에서는 내가 먹는 음식을 올려도 내가 글을 써도 어렵지 않게 다른 사람들에게 ‘좋아요’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인정받으면 도파민이 쏟아져 나오고, 때로는 그것에 중독될 수도 있다. 있었던 일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인정을 받기 위해 어떤 일을 만들기 시작한다. 삶의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정말 중독된 사람들은 야심 차게 올린 게시물에 예상한 만큼의 ‘좋아요’가 달리지 않으면 괴로워한다. 이게 얼마나 안타깝고 한심한 일인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셜 네트워크는 세상을 연결해주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연결 자체는 현실이 아니다. 허상에 불과하다. 소셜 미디어로 마케팅을 해서 먹고사는 입장에서 조언을 하나 하자면, 평소에 ‘좋아요’를 천 개 꾸준하게 받는 사람이 책을 써도 막상 팔리는 숫자는 ‘좋아요’의 1%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셜 미디어의 많은 숫자들은 진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허상에 집착하지 말고 현실에 조금이라도 더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진짜 ‘좋은’ 인생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