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 대학이 많이 약해졌다고 한다. 실제로 직원을 채용할 때 대학을 보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고, 몇몇 대기업이 공채를 진행하지 않고 경력직 위주로 채용을 진행하면서 명문대라는 간판이 예전만큼 힘을 못 쓰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대학이 약해진 것이 꼭 외부의 요인 때문일까? 개인적으로 대학 내에 청산해야 할 악폐습이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대학원생 착취, 매년 똑같은 시험문제, 학습역량을 떨어뜨리는 암기식 강의 등등. 그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제도가 바로 ‘조별과제’라고 생각한다.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조별과제의 의의를 다룬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조별과제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유발하는 최악의 제도가 되었을까?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바로 ‘불공정’이다. 조별과제 대부분은 같은 조원에게 똑같은 점수를 부여한다. 누가 더 많이 기여했는지 따지지 않는다. 그저 같은 조원이라는 이유 아래 열심히 노력한 사람도, 제대로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똑같은 점수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기꺼이 투자할까? 이러니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고, 반대로 열심히 노력해서 조별과제를 이끌면 호구 취급을 받는다. 그나마 교수님이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비책을 마련하면 다행이지만, 그조차 없는 경우도 꽤 있다.
사실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학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직원을 제대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회사에서 직원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유능한 직원은 기회를 찾아 이직할 것이고, 적당히 묻어가는 직원만 회사에 남게 될 것이다.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지고 회사는 망하는 수순을 밟는다. 그래서 기업은 직원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매년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는다. 그게 살아남는 길이기 때문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조별과제라는 불합리한 제도를 아무런 개선 없이 계속 유지한다면 당연히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그에 걸맞은 보상을 주는 것은 공정함의 기본이다. 공정함이 없는데 협동심이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을 넘어 판단 착오에 가깝다. 부디 능력과 성과가 제대로 보상받는 공정한 사회가 이뤄지길 바란다.
마무리로 ‘조별과제를 마칠 때 나누는 인삿말’을 소개하며 이 글을 끝맺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부디 살면서 이런 말을 내뱉지 않기를 바란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웃프다 ㅠㅠ)
참고 : 조별과제에서 실제로 하는 것, PGR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