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 대해 알아야 할 딱 한 가지 정보가 뭔가요?” 기자의 질문에…

노화를 가속화하는 희귀한 병을 앓고 있던 故 샘번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알아야 할 딱 한 가지 정보가 있다면 뭘까요?” 그의 대답에 샘은 이렇게 대답했다.

 

“I have a very happy life.”

 

제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사람들이 저를 보고 안타까워하는 게 싫어요. 저는 이 어려움이 항상 저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어쨌든 그걸 극복하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그에게 다음 두가지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조로증을 가지고 사는 것이 힘들지 않은지’, ‘조로증을 가지고 있으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말이다. 이 질문들에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관심이 “고통”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미 그들은 불행할 것이라는 프레임을 씌워놓고 접근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저런 병을 앓고 있다니. 도대체 얼마나 힘들까?) 그래서 기자의 질문에 샘 번이 말한 대답이 참 현명하게 느껴진다.

 

샘 번은 2013년 Tedx에 강연에 나와 자신의 행복 철학에 대해 들려주었는데 자신이 행복하다고 대답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 있다. 특히 첫 번째 그의 행복 철학이 가장 인상적이다.

 

Be OK with what you ultimately can’t do because there is so much you CAN do.
(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지 말아라. 당신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많다)

 

샘 번은 자신이 물론 조로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분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온종일 이런 어려움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조로증에 대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을 바라보기를 거부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없는 일, 예를 들어 장거리 마라톤을 하거나 강렬한 롤러코스터를 타지 못하는 것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 스카우트 활동, 음악 듣기, 만화책 보기, 보스턴 스포츠팀을 응원하기 등-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할 수 있는 것(can do)과 할 수 없는 일(can’t do)을 구분하는 데서 더 나아가 어떤 보완 작업을 통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일 목록으로 가지고 오기도 했다. 그는 marching band에서 드럼을 쳤던 것이 좋은 사례다. 그는 22kg밖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들이 어깨에 메고 연주하는 18kg의 드럼을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샘과 부모님은 샘이 연주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드럼을 직접 제작해서 밴드에서 행진하며 드럼을 연주할 수 있었다. (다음 영상의 4분 24초에 등장하는 드럼 연주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다)

 

 

제 인생에는 많은 장애물이 있지만, 사람들이 절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전 대부분의 장애를 극복했으니까요. 전 사람들이 제가 아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전 저와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로 내 주위를 채우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조로증에 걸린 샘은 작았지만,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성숙했다. 수학과 과학을 열심히 공부했고 스포츠 동아리에서도 활동했다. 그는 대학 진학을 위해 유전학과 세포 생물학을 공부하던 중이었고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인생을 살다가 17살의 나이에 고향인 미국 보스턴에서 잠들었다.

 

나는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상이나 기사를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들이 도전하고 성취해내는 모습을 보며 ‘저 사람들은 저 상황에서 저렇게 해내는데 왜 우리는 못 하지?’ 혹은 장애인이 처한 상황을 보며 내가 얼마나 행복한 환경에 있는지 비교하게 될까봐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 지도 모른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상투적인 메세지에 익숙해져서 메신저가 전달하려는 의도를 오히려 외면하게 될 수 있다는 것 같다. 샘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졌던 긍정적인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의 말 처럼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많다’. 

 

*조로증은 노화를 가속화하는 희귀한 병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4백만 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병이다. 이 질환에 걸리면 남들보다 빨리 근골격계가 퇴화되고 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 조로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13년이며 이들은 대부분 심장마비나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아직 이 병에 대한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참고

  • <Sam Berns: Funeral held for inspirational teenager with an ageing disorder>, bostonglobe
  • <Sam Berns continues to inspire>, bostonglobe
  • <My philosophy for a happy life>, TEDxMidAtlantic (https://youtu.be/36m1o-tM05g)

written by 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