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작지만 확실한 방법

 

“너는 박사과정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게 좋겠어.”

 

교수의 말은 매몰찼다. 이 이야기를 들은 신 박사의 대학원 1년 후배 사가란(스리랑카 출신)은 신 박사와 이야기하다가 엉엉 울고 말았다. 모든 장학금 혜택도 포기하고 패배자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단 말인가? 사가란은 똑똑했고 실험도 상당히 잘하는 친구였다. 하지만 논문만 쓰려고 하면 감을 잡지 못했다. 또한, 실제로 논문을 쓸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신 박사가 있던 연구실은 신소재를 소자로 만들어 그 전기적 특성을 실험하는 곳이었다. 우선 소자를 만드는 데 엄청난 시간이 들고 또 계측까지 해서 데이터를 뽑으려면 정말 부지런히 일해도 시간이 부족했다. 특히 장비를 쓰는 시간이 한정되었기 때문에 소자 제작과 계측은 언제나 일의 최고 우선순위였다. 그렇게 실험에 우선을 두다 보니 논문을 쓰는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리고 사가란은 첫 논문을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매우 컸다. 무언가 열심히 하는데도 지도교수에게 매몰찬 말을 들은 사가란은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희망이 없어 보였다.

 

신 박사는 울먹이는 사가란을 먼저 위로해 주었다. 왜냐하면, 신 박사 또한 첫 논문을 쓸 때 사가란과 비슷한 처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박사는 논문의 수준이 어찌 되었건 논문 초안만이라도 완성하면 자신감이 붙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사가란에게 첫 초고가 완성될 때까지는 집에도 가지 말고 다른 실험은 멈추라고 했다. 그렇게 3박 4일을 고생해서 사가란 인생에 첫 논문 초고가 나왔다. 물론 논문의 질은 한참 보완해야 했지만, 드디어 지도교수와 논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가란이 대학원에 입학한 지 2년 반 만의 일이었다.

 

논문 초고를 완성한 사가란의 이 ‘작은 성공’의 힘은 대단했다. 사가란은 이후 완전히 자신감을 회복하여 박사 후 과정까지 합쳐서 5개의 일저자 논문을 게재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특히 그중에 하나는 Physical Review Letter라는 가장 권위 있는 저널에 게재되기도 하였다. 짐 싸서 고향으로 돌아갈 뻔했던 사가란은 현재 Global Foundries라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에서 책임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기대를 잃어버리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공의 경험을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패가 누적되면 자신의 미래에 비관적인 관점을 가질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성공의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기대 수준을 낮춰 작은 성공에 도전하는 것이다. 반에서 꼴찌인 아이가 순식간에 반에서 중간 이상으로 바뀔 수 있을까? 쉽지 않다. 하지만 꼴찌인 그 아이도 성실하게 노력한다면 50등에서 45등까지는 갈 수 있다. 25등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45등은 또 다른 실패이겠지만, 45등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이는 작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리고 이런 작은 성공은 ‘나도 열심히 하니까 되는구나’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그리고 그 기대는 그 아이를 더 공부하게 하며 더 높은 학업 성취를 가능하게 한다.

 

미국의 유명한 재테크 전문가인 데이브 램지에게는 빚이 너무 많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이 많이 찾아온다. 그들 중 대부분은 부채의 늪에 빠져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사람들이다. 그런데 램지는 고객들에게 얼핏 보면 매우 비합리적인 부채 해결책을 제시한다.

 

먼저 부채 목록을 작성하게 한다. 그런데 적은 금액부터 순서대로 적으라고 한다. 그리고 이자에 상관없이 상환액이 적은 것부터 해결하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손해 보는 일이다. 예를 들어 이자가 거의 없는 공과금과 고금리의 대출이 있다면 금액과 상관없이 이자가 높은 부채부터 갚는 것이 경제적이다. 하지만 램지는 빚이 적은 것부터 갚으라는 것이다. 램지는 이렇게 말한다.

 

“재정 전문가인 나도 처음에는 항상 수학적 계산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수학적 계산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동기부여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기부여를 받으려면 초반의 성공이 중요하다.”

 

이미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계속되는 빚의 증가에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때로 힘을 내서 한두 달 만에 몇천만에 육박하는 고금리를 갚으려고 시도한다 할지라도 빚 해결이 전혀 안 된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부채 상환 노력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부채들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부채 항목을 지워나간다면 자신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를 품게 된다. 그래서 이자에 상관없이 부채가 낮은 항목부터 해결하는 초반 성공 전략이 빚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이다.

 

작은 성공이 기대를 낳는다.

 

‘작은 성공의 위대함’에 관하여 더 알고 싶다면? 다음 심화 강연을 놓치지 마세요.

 

 

 

 

참고 <완벽한 공부법>, 고영성·신영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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