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영어 공부하자고? Not Yet!

 

며칠 전의 일이다. 평소에는 수업이 끝나면 눈 감고 자기 바빴던 학생들이 갑자기 한 학생의 “Netflix”라는 단어를 뻥긋하자 순식간에 교실이 대화의 장이 되어버렸다.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 영어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 프로그램이 그렇게 재밌더라, 추천해줄 만한 프로그램이 있느냐, 시대극이라 더 좋았다, 등등 여러 가지 코멘트가 있었다. 쉬는 시간에도 학생들의 채점을 하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다가, 한 학생이 내게 질문을 하면서 나도 이 대화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다.

 

“쌤, 저도 넷플릭스로 영어 공부하려고 하는데…요즘 그게 그렇게 인기라면서요? 주위 친구들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그렇고 넷플릭스로 미드 보면서 영어 공부하면 그렇게 재밌고 쉽다는데요. 추천하나 해주세요.”

 

 

사실 그 학생이 나에게 이 질문을 했을때 내 머릿속에는 정말 재밌는 넷플릭스 추천작이 수십 개가 떠오름과 동시에 왜 이게 재밌는지 잘 설명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추천작들이 내 입에서 우수수 나오기 전에 머릿속에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내가 이 학생에게 넷플릭스를 추천해주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될까?’

 

순간적으로 학생의 프로필이 내 머릿속에 입력이 되면서 난 고민 속에 빠졌다. 학생은 정말 기초단계 영어를 배우고 있었고, Listening/Speaking이 fluent 하지 못했다. 여기서 잘못 추천해줬다가는 학생에게 오히려 독이 될 것만 같았다. 미드를 통해서 영어를 배우려면 그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과 그 시대 특유의 언어를 고려해서 이 학생이 배우고자 하는 부분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지도 봐야하는데. 학생이 충분히 이해를 해가면서 볼 수 있어야 할텐데.

 

 

하지만 내가 추천해주고싶은 재밌는 미드 대부분은 정치나 의학 관련된 이야기들이여서 단어들이 몹시 어렵고. 또는 시대극이여서 중세시대 때 이야기인데 요즘은 쓰지 않는 단어들을 사용해서 나도 사전을 쥐고 본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학생에게 넷플릭스에서 미드를 추천해주는것을 1차적으로 포기했다. 마음 같아서는 ‘동화책부터 읽자. 동요부터 배우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학생이 정말 넷플릭스 추천작을 받고 싶어 했기에, (그놈의 넷플릭스!) 영어를 차근차근 배워야 하는 학생에게 가벼운 토크쇼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라고 추천해줬다. 아직까지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을 듣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 단계이기에.

 

이처럼 영어를 배울 때는 나의 실력을 정확하게 알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기본기가 부족하다면 기본기를 채워주는 것이 중요하고, 기본기가 강한데 실전에서의 스킬이 부족하다면 그 스킬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영어 역시 태어날 때부터 기본기가 탄탄하게 만들어진 영어가 아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 된 영어였기에 기본기가 부족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너무나도 잘 안다.

 

내가 보통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배우는 단어들을 모르고 가끔 큰 물음표를 내 얼굴에 써 놨을 때 내 원어민 친구의 어이없다는 표정을 많이 봐왔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나는 SAT(미국 수능) 단어장에 나오는 단어들의 뜻을 몰랐던 적은 거의 없었기에, ‘bib (턱받이) 같은 쉬운 단어를 모르는 내가 이상하기도 했을거다. 이런 웃픈 에피소드는 다 기본기가 부족해서, 영어를 내 레벨이 아닌 ‘나이’에 맞춘 레벨부터 배워서 생긴 일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Phonics와 nursery rhyme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타이밍도 물론 좋았다. 그때 당시 나는 유치원생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굳이 엄청난 마음을 먹지 않아도 그 분야를 집요하게 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선생님이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니까. 그 이후로는 나의 기본기도 아주 탄탄해졌고 나는 ‘습득’하는 영어에 푹 빠져버렸다.

 

 

내가 말하는 습득하는 영어란:

 

1) 쉬운 단어 위주로

2) 반복하고

3) 또 반복해서

4) 소리를 배우고

5) 발음을 배우고

6) 내 것으로 만들기

 

 

이 방법으로 습득을 하면 그렇게 단어 배우는 게 즐겁고 신난다.왜냐면 내가 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 그렇다. Phonics와 Nursery rhyme을 같이 배우면, 음절이 길지 않은 쉬운 단어들의 소리를 배우고, 운율이 비슷한 단어들끼리 묶어서 배우기 때문에 꾸준한 반복학습을 한다. 반복 학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발음도 터득하게 되고 결국 그 단어는 내 것이 된다.

 

그뿐이랴? Phonics의 기본기가 탄탄하면 그 어떤 어려운 단어도 술술 읽어 낼 수 있다. 그렇다. Phonics is science! 그러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영어를 배운다고 생각해보라.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는가?

 

Remember,영어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것은 나의 레벨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그다음엔 남들이 한다고 해서 나에게 안 맞는 옷을 입으려 하지 말고 정말 내가 필요한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라. 내 실력에 맞춰서 시작하자.

 

기초가 탄탄한 것은 정말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