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인데 아직도 이렇게 촌스러운 짓을 하나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아서 의아한 문화가 있다. 원래는 악습, 폐습이라고 했고 요즘은 똥군기라고 하는 갑질이다. 더 의아한 점은 이것이 더 멀리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탈권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인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똥군기는 군대나 일부 회사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대학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대학은 자유와 해방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너무 가득해서 문제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지만…) 당연히 선후배 간 갑질 같은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용납지 않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런 게 존재할 수가 없는 분위기였던 셈이다. 오히려 군대나 일부 회사에 존재하는 부조리를 보며 ‘미개하고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이었다. ’21세기가 되었는데 아직도 저러고 사나…’ 싶었다.

 

그래서 대학 내 똥군기가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저런 촌스러운 게 오래 갈리가 없지. 자기들이 하면서도 쪽팔릴 텐데…’라고 생각했다. 문제가 되고 언론에 노출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과거의 잔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1세기가 1/5이나 지난 2020년에 이르러서도 대학 내 부조리는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꼴랑 나이 한 살 차이가 뭔 감투나 된다고 저딴 짓을 벌이는 걸까? 정말 웃긴 건 자기들도 쪽팔리는 짓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sns, 에타 및 커뮤니티 사이트에 학과 내부 일 발설 금지!’ 지들이 뭔데 언론 통제까지 하려는 걸까? 이쯤 되면 간호학과가 아니라 독재학과라고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촌스럽고 쪽팔려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라 생각한 대학 내 부조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학내 부조리 신고센터’를 만들고 사건 접수 후 부조리가 있었다는 게 입증되면 해당 학과의 학생회에 제재를 가하는 식이다. 가뜩이나 뭐 하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자주 나오는 학생회인데, 지원 예산 깎는다고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똥군기 단속에 나설 게 눈에 훤하지 않은가?

 

만약 대학 내 부조리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적극적인 활동이 비용 낭비가 될 수도 있다. 사실 그런 이유로 뻔히 보이는 악습을 처리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 간혹 알아서 사라지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하지만 악습이 계속되고 오히려 세력이 커지고 있고, 시간이 지나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으면, 단호하게 나서야 한다. 2020년에 똥군기라니 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부디 이 촌스러운 악습이 사라지길 바란다.

 

참고 : 2020 간호대 신입생 똥군기 ㄷㄷㄷ, MLB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