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게 있다. 바로 똑같은 업무의 반복이다. 업무의 강도가 낮아도 똑같은 업무만 반복하면 이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취업하기 전에는 무슨 일이든 맡겨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렇게 다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3년, 4년이 되면 사람이 지칠 수밖에 없다. 업무에 익숙해지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주이기도 하다. 손에 익을 때로 익어버려서 뭔가 개선하는 것보다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게 더 빨리 잘하는 경우도 있다. 옆에서 보기에도 답답하겠지만, 당사자는 더 답답하다. 의욕도 없고, 의미도 없는 일을 내일도 또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힘이 쭉 빠진다.
그럼 반복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안타깝지만 잡무는 모든 직장인의 숙명이다. 대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스타트업일수록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인스타그램 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도 ‘회사는 제품개발 50%, 잡무 50%로 세워진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옥에서 허덕이면서 살 수는 없다. 비록 잡무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그 속에서 살면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자기계발
회사가 잘되는 것과 내가 잘되는 것이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드물게 그런 회사도 있긴 하지만, 창립 핵심 멤버도 성장한 뒤 토사구팽하는 게 비즈니스 세상이다. (그런 회사가 끝까지 잘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서 아무런 성장과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반복 업무만 죽어라 해봤자 본인에게 득 될 게 없다. 회사 업무가 끝나면 자기계발을 위해 힘써야 한다. 일 이외의 다른 것에 힘쓰다 보면 반복 지옥의 괴로움이 조금 누그러지기도 한다.
여기서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가름하는 조건을 살펴볼 수 있다. 만약 회사가 잘 되어도 나에게 득 될 게 없는데, 자기계발할 시간까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럴 땐 이직을 고려하는 게 맞다. 반복 지옥에서 살다가 몸도 마음도 미래도 상해버리는 수가 있다.
2) 취미
자기계발과 비슷한 맥락이다. 일은 일대로 하고 대신 취미를 키워보자. 최소한 반복 지옥에서 허덕이는 느낌은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다. 취미라고 다 같은 취미가 아니다. 무언가 남기는 취미를 해야 한다. 게임이나 유흥을 취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것은 잠깐의 해방감을 제공할 뿐 반복 지옥의 괴로움을 덜어주지 못한다. 그래서 좋은 취미는 무언가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글이든, 그림이든, 무엇이든 좋으니 취미의 결과와 성과과 나와야 한다. 게임을 즐긴다면 리뷰나 공략집이라도 만들어라. 이처럼 즐길 수 있고, 동시에 성과가 나오는 취미를 가지면, 그곳에서 성장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SNS다. 구독자와 좋아요가 늘어나면 그것을 성과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매트릭스의 허상과 다름없다. 그런 연결로부터 오프라인의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모를까, 단지 따봉 숫자만 보고 무언가 해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당신이 많은 호응을 받고 있는 SNS 스타라면, 이를 어떻게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할 지 고민해야 한다. 생각보다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리고 많은 돈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3) 투잡
지금 하는 업무가 익숙해져서 부담이 없다면 투잡을 뛰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기왕 할 거면 정해진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건수에 따라 돈을 받는 일을 하는 게 좋다. 훨씬 힘들지만, 훨씬 재밌다. 하는 만큼 벌이가 들어오기 때문에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짱구를 굴리는 본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자극이 본업까지 이어지면, 반복 지옥에서 오는 무료함도 해소하고, 업무 효율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도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