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영화인데 훈훈한 걸로 1등인 영화

한때 조폭 영화가 충무로를 주름잡던 시절이 있었다. 뻔하고 개연성 없는 이야기 전개에 시시껄렁한 코미디만 잔뜩 넣은 작품이 난무했고, 무엇보다 조폭을 미화하는 이야기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조폭 미화를 비꼬아 비판했던 <공공의 적 1-1> 같은 작품도 있다)

 

그런데 이런 조폭 영화 중에서도 꽤 괜찮은 작품이 하나 있다. 사실 이 작품도 조폭 미화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순 없지만, 영화의 중심이 조폭이 아닌 불교라는 종교에 있어서 다른 조폭 영화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주연을 맡았던 박신양은 “나는 이 영화가 조폭 영화가 아니라 불교 영화라 생각해서 출연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작품은 2001년 작 <달마야 놀자>다.

 

 

“우리가 이제 어딜 갑니까? 감방밖에 더 갑니까? 막말로 머리 깎고 중이나 되면 또 모를까…”

 

조폭과 불교라는 어색한 조합을 완성한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심플하다. 궁지에 몰린 조폭들이 은신할 곳을 찾다 사찰에 숨어들고, 그곳에서 스님들과 티격태격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조폭 vs 스님’이라는 대결 구도를 활용하여 밝고 쾌활한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한 점이 <달마야 놀자>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쾌활함 속에 묵직한 불교 철학을 녹여놓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요즘까지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이 될 수 있었다. 특히 아래 장면은 실제 스님들이 보고서도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는 장점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장점이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소재가 지극히 한국적이었다는 점이다. 족구, 고스톱, 369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던 놀잇거리를 담아냈다.

 

지금 보기에는 다소 작위적으로 다가오는 장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코미디 영화의 걸작임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며 스트레스도 풀고, 다 보고 나면 묵직한 깨달음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덧. 영화 음악이 좋아서 개봉 이후에 여러 방송에서 쓰이고 있다. 듣고 나면 “어? 이 음악은?” 하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