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이 길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경우가 많은지 몰랐는데, 같이 다니던 친구에게 “왜 사람들이 너한테만 길을 물어보냐?”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그런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인상이 좋으니까.’라고 대답하자 ‘만만하게 생긴 거겠지.’라는 말을 들었다 ㅋㅋㅋ) 그런데 아래 사연을 들어보니 나한테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 게 아니라 그저 내가 대답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생각해보니 길을 알려주는 만큼 이상한 사람이 들러붙는 경우도 많았다. 대개 처음에는 뭐 물어볼 것처럼 하다가 기운이 어떠네 운수가 열렸네 같은 소리를 한다. 아니면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서 나도 “안녕하세요.”하고 답했더니 종교에 관심 없냐고 운을 떼는 경우도 있었다. 보통은 “네~ 관심 없습니다.”라고 말하면 그냥 지나가지만, 종종 집요하게 따라붙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길에서 마주쳐서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갈 때까지 따라붙었던 적도 있다. 그래도 길에서 물어보는 사람들한테 잘 대답해주는 편인데, 아무래도 덩치도 있고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외면하는 게 제일 나은 대응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을 자주 당하다 보면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말 거는 것에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현상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문화가 되었다는 데 있다. 오죽하면 서울 사람들 인심이 야박하다는 소리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이는 신뢰 비용의 증가로 돌아올 것이고, 그 손해는 결국 일반 시민의 몫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위에서 알려준 꿀팁은 여러모로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지도 어플이 워낙 좋아져서 길을 물어볼 일이 적긴 하지만, 특정 건물을 찾아야 할 때는 역시 주변에 물어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더라. 그럴 때면 ‘저기요’라고 하지 말고 바로 ‘OO가 어디에요?’라고 물어봐야겠다. 또한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면 친절하게 대답해줄 생각이다. 그렇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면 된다.
참고 <야박한 서울 사람들 인심>, 이토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