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된다고 슬퍼하는 29살에게

 

1.
저는 내년에 40대가 되는 아빠입니다. 문득 30대가 생각나서 누군가 나에게 이런 조언을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에 적어봅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슬퍼할 필요가 없습니다.

 

 

2.
유독 다른 숫자보다 30살이 되는 순간이 대부분에게 부정적으로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아마 준비 되지 않았지만 사회 구성원이 되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0대를 앞두고 잘한 것과 못한 것이 생각나 여러분에게 도움이 조금이나마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이야기 해봅니다.

 

 

3.
우선 제가 30대가 되고 나서 초반에는 잘했고 중반에는 잘 못한 것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바로 운동입니다. 저는 30대 초반이 인생에서 체력이 가장 좋았습니다. 20대 때 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심지어 33살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감량을 하여 지방만 8kg을 빼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집필을 하기 시작하면서 밤샘 작업이 많아지다 보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기 때문에 운동을 생략하고 일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오판이었습니다.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병까지 생겼습니다. 더 많은 시간을 일했지만 퍼포먼스의 양은 절대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30대 때부터는 습관을 넘어서 의무적으로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운동은 단순히 체력 향상 및 유지만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운동은 놀랍게도 뇌에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완공> 9장 “몸”편을 조금 인용해보겠습니다.

 

“운동을 할 때 생겨나는 신경세포들은 다른 신경세포들을 자극함으로써 장기상승작용이라는 현상이 잘되도록 돕는다. 장기상승작용은 학습과 기억의 토대를 형성하는 주요 세포메커니즘 가운데 하나로 널리 여겨지고 있다. 또한,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 해마가 운동으로 더욱 건강하고 더 젊은 상태로 회복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제가 운동 부족일 때는 단순히 체력이 떨어져서 일을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저의 뇌도 동시에 늙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2년 뒤로 돌아가면 무조건 삶의 계획에 운동을 Must로 포함할 것입니다.

 

 

4.
30대 때 제가 정말 잘 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독서입니다. 일 년에 아무리 못 읽어도 최소 20권은 읽었습니다. 정말로 독서는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몇몇 분야는 아주 깊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관련 작가의 글을 다 읽는 식으로 한 분야를 3~5권까지 파고 들어가면서 읽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얕은 수준이지만 사람들과 대화할 때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특히 회사 다닐 때는 동료직원들한테 해줄 얘기가 정말 많았고 후배사원들에게는 독서지도를 해줘서 인간적 유대가 정말 끈끈했습니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회사생활에서 거의 없었습니다. 독서를 하면 본인도 지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인간관계까지 좋아지니 이게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앞으로 30대 후반 전에는 몇몇 분야는 조금 깊게 파고 들어갈 생각입니다. 필요하다면 관련 분야의 대학교 전공서적까지 읽을 생각입니다.

 

독서도 무조건 읽으면 효율이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100권의 책을 그냥 읽기만 한 사람과 10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하고 토론을 한 사람의 지적 수준은 장기적으로 보면 후자가 높아지게 됩니다. 독서법도 한 번 정도는 점검해보고 독서를 시작해보기를 권유합니다.

 

<완벽한 공부법> 12장은 “독서” 대해 자세히 다룹니다. 남독, 계독, 난독, 만독 등 다양한 독서 방식에 대해서 논하면서 독서 자체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게 해줍니다. 운동이 몸을 건강하게 하면(사실 뇌도 건강하게 하지만) 독서는 정신을 건강하게 합니다. 여러분 꼭 독서하세요. 그리고 반드시 제대로 하세요!

 

 

5.
30살은 이제 어떤 것에 집중을 해야 되는 시기입니다. 40살에 실력 발휘를 하려면 30대 한 분야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도와 실력을 겸비해야 합니다. <완벽한 공부법> 6장 ‘노력’편에서는 재능편애론의 문제점과 1만시간 법칙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해줍니다. 그냥 수동적인 노력만 만시간 아니 10만사간을 한다고 해도 우리 삶에 발전은 크게 없을 것입니다.

 

핵심은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입니다. 무턱대고 계속 죽어라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하면서 내가 하는 과정에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드백은 스스로 성찰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코치나 멘토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원래 가장 싫어하는 것이 글쓰기였습니다. 아직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긴 글을 써야 하면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지금 쓰고 있는 글도 한 시간이 안되게 걸려서 작성하였습니다. (글을 다 쓰고 이 문장을 완성했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제 글을 좋아해주는 분들도 제법 생겼습니다. 글을 얼마나 본격적으로 썼는지 얼추 추산해보니 2000시간 정도 쓴 것 같습니다. 만 시간은 아직도 저 멀리 ㅜㅜ 그래도 많이 늘었습니다. 그 이유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피드백입니다.

 

제가 쓴 글을 온라인에 꾸준히 노출 시켜서 많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글을 잘 쓰는 분들과 토론도 하면서 더 배웠습니다. 또 앞에서 언급한 꾸준한 독서는 제 글쓰기의 연료가 되었습니다. 글쓰기와 함께 2년 동안 온라인 마케팅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처음에는 용어도 낯설고 원리도 몰랐지만 지금 당장 스타트업에 지원하면 취업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키웠습니다. 제 배경은 공학입니다. 글쓰기와 마케팅과는 거리가 먼 전공입니다. 하지만 저는 30대 때부터 꾸준히 제대로 노력했고, 지금 이 두 가지 기술로 가족과 일주일 한 번은 삼겹살을 먹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제 자신 있는 분야를 찾고 꾸준히 갈고 닦아서 준전문가 수준까지는 올라와야 합니다.

 

 

6.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꼭 하고 싶습니다. 20대는 “네트워크”가 재산이라는 신념이 있어서 정말 안 나간 모임이 없습니다. 하지만 착각이었습니다. 술로 맺은 인연은 술 깨면 그만이었습니다. 제가 했던 것은 “네트워킹(networking)”이 아니라 “넷드링킹(netdrinking)”이었습니다.

 

하지만 30살이 되면서 제 인간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일을 추진한 다음으로부터 평생 예상도 못했던 좋은 분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20살의 인간관계는 어쩌면 즐거움의 추구가 크기 때문에 사실 어떤 관계도 상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30대부터는 내가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말로 건설적인 인간관계가 필요합니다. 그 건설적인 인간관계는 “실력”과 “인성”이 없으면 견고하게 유지가 되지 않습니다. 누구나 실력이 있는 사람과 어울리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 반대로 생각해보면 됩니다. 나는 어떤 실력을 겸비하고 있나?

 

인간관계에 대한 소소한 꿀팁도 드리겠습니다. 바야흐로 텍스트(text)의 시대입니다. 모든 대화를 거의 채팅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팅으로도 의사소통을 할 수는 있지만 감정을 전달하기에는 제약이 많습니다. 곧 있으면 새해가 되고 구정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가장 바보 같은 짓 중에 하나가 새해 인사 단체 문자로 돌리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단체 문자 받고 기분 좋은 적이 있나요? 다들 영혼 없이 확인만 하고 읽지도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친구들에게 종종 “전화”를 하세요. 직접 목소리를 들었을 때와 감정의 배제된 문자로 이야기 했을 때 소통의 정도는 천지차이가 납니다. 그러니 직접 만나지는 못해도 꼭 직접 목소리로 안부를 물어보세요. 그렇게 주기적으로만 연락을 취해도 생각보다 인간관계는 굳건히 유지됩니다.

 

 

7.
연초에 새해 계획들 많이 세우시죠? 그 계획에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영어”일 것입니다. 지긋지긋한 영어 언젠가는 끝내야 될 텐데 말이죠. 막연한 목표는 막연한 결과만 초래합니다. 저는 30대가 되는 분들이 빠른 시일 안에 정복해야 할 것이 영어로 “읽기”입니다. 보통 영어 공부해야지 하면 “회화”를 공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정보화시대에 체득해야 할 능력은 바로 읽기입니다. 대부분 착각하는 것이 생각보다 읽기를 잘한다고 믿습니다. (사실 한글도 제대로 독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인생공부를 통해 20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살면서 읽은 영어로 된 책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20~30대가 설문에 참여했는데 80%미만 영어로 책을 2권 이상 읽어 본적이 없었습니다. 영어로 책을 읽지 않았는데 과연 독해가 될까요? 세상 정보(특히 양질)의 90%로 쓰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분야는 영어로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면 업무에서 훨씬 더 경쟁력이 있습니다. 독해는 2년 정도만 집중해서 파면 생각보다 많이 늘게 됩니다. (역시 피해 갈 수 없는 부분은 단어 암기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한 번 임계점을 넘기고 꾸준히 영어로 정보를 접하면 영어 독해 능력은 평생 유지됩니다. 계속 질질 끌려 다니지 말고 한 번 정도는 이 악물고 공부해보세요. 새로운 세계가 보일 것입니다. <완벽한 공부법> 13장은 영어 파트입니다. 한국에서 영어를 정복한 필립샘께서 특별히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공부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영어학습’의 관점에서 아주 현실적으로 써주셨습니다. 바쁘신 분들은 이 영어 파트라도 꼭 읽어보기를 강력하게 추천 드립니다.

 

 

8.
30살이 되어서 슬픈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20대에 꿈꿨던 미래와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제 얘기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31살 때부터 자기계발을 그 어느 때 보다 열심히 했습니다. 아마 제 인생에서 제가 가장 많이 성장한 시기는 31살부터 35살까지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5년이지만 20대에 배운 것보다 2~3배는 더 많이 배웠고 20대에 만났던 사람들보다 더 깊은 인간관계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20대보다 30대에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아마도 “결핍’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핍은 존재를 강하게 드러냅니다. 20대에는 시간이 풍족했기 때문에 집중을 해본 기억이 많이 않습니다. 하지만 30에는 직장 생활을 하고 또 결혼을 하고 또 예쁜 아기가 태어나다 보니 저만을 위한 시간보다는 가족을 위한 시간을 더 많이 할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오롯이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작지만 그 집중의 이자가 복리로 누적되자 5년 후 저는 제가 생각지 못 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40살이 되는 것이 그렇게 두렵고 서글프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기대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가 만족되려면 운동은 꼭 열심히 해야 될 것입니다.

 

 

9.
부족한 저이지만 주제넘게 이렇게 29살 친구 여러분께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아마 ‘아쉬움’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때 누가 나에게 이런 조언을 해줬더라면 더 일찍 정신차리고 지금의 나는 좀 더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지요. (사실 누군가 해줬어도 당시에 저는 알아듣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잘 하고 있어서 조언이 필요 없는 분들도 많겠지만 저처럼 방황하고 있을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한 글자 적어봤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참고 <완벽한 공부법>, 고영성·신영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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