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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학습자라면 없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사전! 내가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중학교 때, 부모님께서는 생일 선물로 전자 사전을 사주셨다. 당시 나와 내 친구들에게 전자사전은 사전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유행하는 최신 전자사전을 갖고 있으면 왠지 어깨가 으쓱해졌고 신상 전자사전을 종종 찾아보았다. 놀 때도 전자사전에 있는 게임을 하거나 메모장에 메시지를 적어서 주고받기도 하는 등 전자기기였지만 지금 기준에서 보면 아날로그 감수성을 가진 물건이었다.

 

당시 유행했던 빨간색 아이리버 전자사전은 내가 애정하는 물건이었다.

 

요즘엔 사전을 따로 구매하지 않고 인터넷이나 어플을 주로 사용하지만 그래도 사전은 외국어 학습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난 전자사전을 쓸 때만 해도 영한사전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었다. 그러다 영어 실력이 늘면서 영영사전을 더 자주 사용하게 되었고 지금은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영영사전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다. 영어가 편해졌고 구글링으로 찾아보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중급이상의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영영사전을 사용하는 걸 적극 추천한다. 물론 영영사전이 모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내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영영사전을 고집하는 몇몇 학부모들에게 오히려 영한사전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아직 기초단계여서 영영사전을 봐도 이해를 잘 못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단어를 더 익혀서 영영사전을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았다. 그러나 영어 독해가 어느정도 무리없이 가능한 수준이 된다면 영영사전을 적극 활용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지금까지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영영사전을 활용하면 좋은 점을 같이 나누고 싶다.

 

 

1. 한국어 뜻이 잘 와닿지 않을 때 좋은 보조 역할을 한다

영한사전을 찾아봤는데 한국어로 번역된 단어의 뜻을 몰라 당황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혹은 한국어 단어의 의미가 한 번에 와닿지 않을 때도 있다.

 

 

물론 한국어 단어를 다시 국어사전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영영사전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면 anachronism이라는 단어다. 이 단어는 영한사전을 찾으면 ‘시대착오’라고 나온다. 예전에 이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땐 ‘시대착오’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알듯 말듯 아리송하게 다가오는 단어였다. 그렇게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anachronism=시대착오’ 라고 무작정 외웠다.

 

같은 단어를 영영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나온다.

 

‘a thing belonging or appropriate to a period other than that in which it exists, especially a thing that is conspicuously old-fashioned.’

 

대강 번역하면 이런 뜻이다.

 

‘마땅히 속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 다른 시점에 존재하는 어떤 것, 특히 도드라지게 구식인 것.’

 

 

이렇게 풀어서 설명된 의미를 보니 ‘시대착오’보다는 좀 더 단어의 뜻이 잘 와닿는다. ‘구시대적 발상’이나 ‘현재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 등을 이야기할 때 쓸 수 있는 단어인 것이다.

 

 

2. 뜻이 비슷한 단어들을 묶어서 기억할 수 있다

영영사전을 찾아볼 때 내 시선이 가장 먼저 향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동의어 부분이다. 사전에서 Synonym 이라고 하는 동의어는 주로 단어의 뜻 바로 밑에 위치하고 있다. 해당 단어를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몇개 나열된다. 나 같은 경우는 영어 실력이 늘수록 synonym 을 활용해서 새로운 단어를 기억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refute’라는 단어를 찾아본다고 가정해본다. 영영사전에는 이 단어의 뜻이 ‘prove (a statement or theory) to be wrong or false’이다. 즉, 어떤 명제나 이론이 틀렸다는 걸 증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밑의 synonym 섹션을 보면 다음과 같은 단어들이 나와 있다. Disprove, rebut, demolish, deny, reject, repudiate 등이다. 이 중 아는 단어를 이용해서 뜻을 참고하면 된다. 물론 synonym이라고 해서 그 단어와 언제나 뜻이 동일하다거나 대체 가능하다는 건 아니다. 뉘앙스가 다르고 맥락에 따라서 부적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느낌을 담고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이들 단어와 묶어서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난 학창시절 바로 이 용도만을 위해 유의어 사전을 사용했다. Thesaurus 라고 하는 미니 동의어 사전이었다.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만 모아놓은 작은 사전이라서 들춰보기가 쉬웠다. 에세이를 쓰는데 자꾸 같은 단어만 반복할 때, 혹은 나만의 언어로 글을 요약할 때 동의어 사전은 매우 유용했다. 하도 많이 들춰봐서 책 가장자리가 닳아서 부드러워질 때까지 사용한 사전이었다.

 

 

 

3. 한국어로 정확히 번역하기 어려운 단어의 뜻을 알 수 있다

모든 언어가 그렇듯 한 단어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외국어 단어는 없다. 가장 의미가 근접한 단어로 번역할 뿐이다. 하지만 특히 더 그런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의 ‘정’ 같은 단어에 해당하는 딱 맞는 영어 단어를 찾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Integrity라는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다.

 

Integrity는 영어권에서 매우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 이를 영한사전에서 찾아보면 진실성, 완전한 상태, 온전함이라고 나온다. 하지만 이 표현 모두 integrity라는 단어의 뜻을 온전히 담고 있다고 하긴 어렵다. 영영사전은 이 단어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the quality of being honest and having strong moral principles; moral uprightness.’

 

정직하고 도덕성이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Integrity 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는 내 입장에선 이 둘 중 하나만 빠져도 단어의 뜻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단순히 정직하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되, 도덕성만 강한 것도 아니다. 정직하고, 청렴결백하고, 합리적인 신념에 따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integrity가 있다고 한다. 이걸 정확히 포착하는 단어는 한국어엔 없다고 생각한다.

 

 

단어를 외울 때는 꼭 영영사전에 나오는 뜻으로 암기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많은 단어를 외울 때는 일대일 매치로 바로 연상시킬 수 있도록 한국어 뜻으로 외우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영영사전을 활용해서 단어의 뜻을 더 잘 알고 외운다면 암기도 한결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영한사전만 사용했다면, 영영사전에 용기 있게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엔 쉬운 영어 단어로 설명이 되어 있는 영어 학습자들을 위한 영영사전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주로 learner’s dictionary 라고 불리는 사전들이다. 자신에게 맞는 영영 사전을 찾아서 공부하면 재미도 붙고 영어 실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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