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원한다면 신용카드를 버려라!

 

1949년 프랭크 맥나마라(Frank Mcnamara)라는 사업가는 와이프와 멋진 저녘식사를 했지만 호텔방에서 지갑을 놔두고 온 것을 알았다. 음식점에 양해를 구하고 와이프가 급히 가서 지갑을 가져와 식사값을 지불했다. 그때 불연듯 이 사업가는 많은 이들이 자신과 같은 곤경에 처하는 상황이 있음을 깨달았고 먼저 소비를 한 후 지급을 나중에 하는 방식의 사업 모델을 구상하기에 이른다. 그는 다이너스클럽 카드를 만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신용카드의 시초이다.

 

지금 당신의 지갑에는 몇개의 신용카드가 있는가? 2014년 기준으로 우리는 3.5장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액의 추세가 조금 꺾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신용카드 사용국가다. 우리는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소비를 먼저하고 돈을 내는 데에 익숙해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패턴이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당신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중 어느 요일이 가장 행복감이 드는가? 우리는 ‘불금’을 찬양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휴일이지만 막상 기분이 가장 좋을 때는 금요일, 특히 모든 일과를 마치고 난 금요일 저녘이다. 그래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금요일마다 따로 게시판을 열어 ‘불금’을 찬양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왜 그럴까?

 

네덜란드에서 1000명 이상의 여행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행객들은 여행을 떠난 지 몇 주 후보다 여행을 가기 전에 더 행복감을 표출했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크리스마스나 새해를 보낸 사람들은 실제 그날을 체험할 때보다 11월에 그날을 기다리면서 그날의 정서적 이미지를 더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우리는 동일한 사건이라할지라도 그 일이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고 할 때 더 강한 정서적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휴일 당일인 토요일이나 일요일보다 휴일을 기대할 수 있는 금요일이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우리의 경향을 여행 정보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닷컴은 잘 활용하고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해 사람들은 호텔과 음식점 등 이름 난 관광지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진과 리뷰를 볼 수 있다. 보통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 사이트를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사이트 방문자의 약 20%는 여행 준비가 다 끝난 다음에도 사이트를 방문해 자신이 갈 곳에 대한 사진과 리뷰를 읽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불금 효과이다. 소풍 가기전 설레임을 더 생생하게 느끼고자 함이다. 내 와이프도 여행을 매우 좋아하는데 특히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할 때 나는 그녀의 얼굴에서 희열을 자주 발견한다. 트립어드바이저닷컴의 마케팅 책임자는 저자가 주장하는 기대감이 주는 행복감에 대해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우리 사이트는 행복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여행 계획 수립 단계에서 사이트를 방문하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계획 단계에서도 마치 여행을 떠난 것처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꿈꾸는 단계, 공상하는 단계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 왜 행복감을 주는 것일까? 버지니아대학교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힌트를 찾아 보자. 실험에서 학생들은 초콜릿과 머그잔 등 작은 선물 여러 개를 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두 가지를 골랐다. 첫번째 집단은 두 가지 선물 중 어떤 선물을 받을지 이야기를 들었고 두번째 집단은 두 가지 선물을 다 받는다는 좋은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세번째 집단은 두 가지 선물 중 하나를 받지만 어떤 선물을 받을지 어떤 말도 듣지 못했다. 실험 결과 세번째 집단이 가장 크게 선물에 몰입하고 행복감을 느낀 것으로 드러났다. 즉 미래가 우리에게 더 큰 행복감을 주는 이유는 ‘불확실성’이라는 녀석이 마법을 부리기 때문이다.

 

 

치박스(Birchbox)라는 화장품 회사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비즈니스로 멋지게 승화시켰다. 이들은 한 달에 10달러만 내면 신제품이나 최고 인기 상품이 담긴 조그만 분홍색 상자를 회원들에게 배달시켜준다. 그런데 회원들은 박스에 어떤 상품이 들어있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회원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는다는 기쁨을 선사해 주고 이러한 특별함은 회사를 성공의 길로 이끌어 주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지출 방식이 신용카드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를 먼저하고 지출을 나중에 하는 것이 아니라 지출을 먼저하고 소비를 나중에 하는 것!

 

그럼에도 신용카드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두 가지 이유가 ‘선지급 후소비’의 행복 메커니즘을 우리 앞에서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는 신용카드가 즉각적인 지출의 고통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신경학자들에 의하면 우리는 무엇을 구입할 때 구입할 때의 기쁨과 지출할 때의 고통의 저울질한다고 한다. 그런데 현금으로 지출하는 것이 아닌 신용카드 같은 플라스틱으로 지출을 하게 되면 지출의 고통이 경감된다. 예를 들어 좌석이 매진된 스포츠 경기의 관람권 두 매를 입찰할 수 있게 해주자 현금을 가진 학생들은 입찰가를 26달러 내겠다고 했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한 학생들은 입찰가로 평균 60달러를 제시했다. 신용카드가 지출에 대한 감정을 무뎌지게 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경제적으로 봤을 때는 소비를 먼저하고 지출을 나중에 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자는 돈의 사용료인데 돈을 미리 사용하고 나중에 갚아도 이자를 주지 않는 기본적인 신용카드 시스템은 매우 매력적이다. 특히 무이자 할부는 우리의 뇌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현금서비를 받거나 카트론을 받지 않는 이상 건전한 신용카드 사용은 매우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신용카드 사용이 지금 당장의 지출의 고통을 경감시켜 주고 재무관리 입장에서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다할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스마트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과소비를 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자신이 감정적으로 그렇게 지출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딜립 소만(Dilip Soman)의 연구에 의하면 실험 참가자 30명에게 월말 청구서를 확인하기 전에 카드 대금을 계산해 보라고 했더니 카드 대금을 평균 30퍼센트 낮게 계산했다.

 

 

자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결국 빚을 질 확률이 높게 된다. 미국의 대규모 조사에 의하면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직불카드 사용자들보다 부채 비율이 약 네 배나 높은 것으로 나왔다. 저자는 돈과 행복의 관계에서 소득과 행복의 관계보다 부채와 행복의 관계가 더 명확하다고 말한다. 즉 빚이 많을수록 행복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무조건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부정적인 미래가 곧 다가온다면 막상 닥쳤을 때보다 우리의 마음을 더 심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갚지 못할 카드 대금의 결제일이 곧 다가올 때의 압박감은 많이들 느꼈봤을 것이다. 그러한 압박감은 우리의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게다가 부채는 부채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부부생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줘 행복과 멀어지게 만든다.

 

결국 우리는 신용카드로 대표되는 먼저 소비하고 나중에 지출하는 생활 방식에 익숙해져 있지만 행복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러한 지출 매커니즘은 별로 유익하지 못하다. 실제로 일반인들이 간과하기 쉬운 것이 처음 제테크를 실시할 때 가장 큰 수익률을 보는 것은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지출을 통제하는 것이다. 평소 지출의 10%를 줄여 그 10%를 저축했을 때의 연수익률은 상상을 초월하며 어떠한 금융상품도 따라 올 수 없다. 게다가 웬디 존슨(Wendy Johnson)등의 연구에 의하면 저축과 행복도는 상당한 밀접해 있다고 한다.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거나 없애고 체크카드나 현금 사용 비중을 늘리는 것은 자산적 측면으로나 행복에 있어어도 매우 현명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먼저 지출을 하고 나중에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어우러 진다면 우리의 행복도는 더욱 올라가게 된다. 버치박스 비즈니스처럼 상품을 받았을 때 어떤 상품이 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그 기대감으로 행복을 누리는 것도 있지만 먼저 결제하고 나중에 선물을 방식도 소비자들의 행복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버치박스의 창업자 헤일리 버나는 소비자들이 버치박스가 공짜인 것처럼 말한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나가야 하는 것을 일괄적으로 미리 지급하는 것은 작은 이자와 기회비용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금액이 크지 않거나 결정적이지 않을 때는 우리의 전반적인 행복도를 올리게 된다.

 

정리해 보자.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는 방식은 지금 우리의 지출 습관과 다르지만 신용카드 사용을 줄여 빚에서 해방되게 해주는 한편 불확실한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불금효과’로 인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지금 당장 행복을 위해 지갑 속에 있는 네 장의 카드는 안 보이는 서랍 속에 넣어두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