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완벽하게 자리 잡은 중소기업이 아니라서 나는 기업가보다는 자영업자 카테고리에 가깝다. 그리고 프리랜서로도 살아봤기 때문에 자영업의 세계가 얼마나 처절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 커뮤니티 게시판의 글에서 어떤 자영업자의 하소연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우리는 갑질이라고 하면 대기업 회장이나 총수 혹은 부자들을 생각하지만, 갑질은 여기저기에 전염병처럼 퍼져있다. 당장 우리는 하청을 받은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서 일만 받아도 담당자의 갑질을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다.
한번은 그런 일도 있었다. 우리가 어떤 행사를 기획해서 대행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 행사에 ‘갑’ 업체의 차장도 참여했다. 하지만 우리 직원들은 그 차장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행사장 입구에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입장 확인을 도와준다고 했다. 그러니 “나? 몰라요? 어떻게 나를 모를 수가 있지?” 하면서 화를 내며 정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것은 다행이다. 유명 대기업이랑 일하면서 아주 작은 하청을 받았는데 피드백을 차일피일 받고 있어서 도대체 돈은 받을 수 있는지 과연 이 대기업의 회장이 언론에서 말한 대담에는 진정성이 1이라도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차라리 이 일을 안 했으면 피드백 받고 연락할 시간에 다른 일을 해서 그만큼 돈을 더 벌었을 것 같다. 자신들은 갑질이라고 1도 생각하지 않겠지만, 정말 한두 푼이 소중한 중소기업에서는 파트너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터무니없이 일을 질질 끄는 것 자체가 엄청난 갑질이다. 과연 본인들의 파트너가 애플이나 아마존이었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갑질은 여기저기에 퍼져있다. 식당에서도 서비스가 조금만 잘못되면 손님들이 크게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돈 냈으니까 자신이 갑이라고 꼭 영역 표시하는 것처럼 으르렁거린다. SNS 미디어가 발달한 뒤로는 새로운 종류의 갑질이 생겼다. 자기 생각과 콘텐츠가 맞지 않으면 구독을 취소하겠다던가 아니면 악플을 쓰면서 새로운 종류의 갑질을 한다. 그래서 나는 애초에 직원들에게 헛소리를 쓰는 구독자랑은 상종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 사람 차단하고 블라인드 처리한다고 회사 안 망한다. 차라리 싸우기보다는 애초에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경험상 훨씬 유리하다. 내가 처음에 차단을 선택했을 때 주변에서는 그렇게 소통을 막으면 망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조언했던 업체는 모두 망했고 우리만 생존했다. 기본적으로 토론은 상호 합의를 먼저 하고 시작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행위이다. 나는 그런 미친 짓을 할 수 없다.
갑질은 한 끗 차이로 발생한다. 한 끗에 자신의 감정을 다 태워서 화를 내면 그게 바로 갑질이다. 조금 기분이 나쁘고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더라도 감정을 빼고 잘못된 상황에 대해 차분하게 이야기하면 그것은 갑질이 아니라 합리적인 항의이다. 우리는 목소리 크면 이긴다는 문화가 팽배해서 그런지 일상의 갑질이 어느 나라보다 더 만연한 것 같다. 우리 모두를 위해 조금씩 차분하게 그리고 여유 있게 상대방과 소통한다면 헬조선이 금방 극락조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오늘도 나 자신부터 무의식적으로 갑질한 것은 아닌가 반성하며 글을 마친다.
참고 <자영업자는 정말 도인이 되야할 수 있는거 같습니다>, PGR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