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심부름시키는 회사 부장

갑질이 만연한 사회다. 조금만 자신의 위치가 높고, 유리하면 목소리가 커지고 부당한 요구가 많아진다. 갑질만 줄어들어도 팍팍한 세상에서 숨쉬기가 조금 더 수월해질 것 같다.

 

최근에 한 커뮤니티에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회사 부장에 관한 이야기가 올라왔다. 제목만 보고 또 어떤 정신 나간 부장이 갑질을 했나 생각했지만 오해였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나는 이번 사연에서 훈훈함보다는 유연한 사고와 공과 사를 구별하는 사고방식에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정말 중요한 일이지만 자신의 부하 직원에게 부탁해서 문제를 처리하면서 회사 업무에 빠졌으니 자신의 연차를 차감하는 선택은 정말 모두가 이기는 탁월한 결정이었다.

 

사실 이렇게 조금만 맥락적으로 생각하면 우리 사회는 훨씬 좋아질 수 있다. 최근에 우리 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우리 회사 이사가 아내가 출산한 후 다음 날 지방으로 토요일에 출장을 갔다. 아내는 조리원에 들어갔고 첫째는 장모님께서 돌봐주신다고 해서 괜찮다고 하지만 아빠인 내 입장에서 절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우리 회사 이사는 출장을 갔고, 며칠 뒤 이사랑 점심을 먹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사님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는 것은 좋다. 솔직히 나는 그것을 거부할 이유가 1도 없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일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선택인가 고민해봐야 한다. 출산이 인생에 여러 번 있는 것도 아니고 첫째가 여전히 어린데 아무리 장모님께서 돌봐주셔도 분명히 힘든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러니 다음부터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심지어 내가 가라고 했어도 안 되는 이유를 타당하게 말하고 가족을 선택해라. 단기적 이익에 집착하여 멀리 보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할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멀리 보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자 실제로 생각보다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고 이사는 나에게 얘기를 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무조건적인 ‘열심히’가 아닌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선택을 하라고 당부했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 그냥 칭찬하고 모르는 척 넘어갈 수 있었다. 이사도 본인이 원한 출장이어서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정말 롱런을 하고 싶다면 가족을 선택하는 것이 맞았다. 또 나에게 부탁했으면 내가 대신 출장을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우리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그리고 유연하게 처신하면 모두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많은 분이 자기 입장만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또 너무 단기적 목표에만 급급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멀리 보고 맥락에 맞게 선택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참고 <개인 심부름 시키는 회사 부장님.jpg>, 이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