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가게에 갔다가 펑펑 울었습니다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보통 이 말은 일종의 경영 철학으로 받아들여진다. 냉정하게 보면, 사람을 남기는 이유는 그것이 훗날 더 큰 이문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비정하게 느껴져도 어쩔 수 없다. 장사는 이문을 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이를 해내지 못하면 결국 폐업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사람을 말하면서도 목적은 이문을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 이문이 아니라 오직 사람만을 남긴 어느 가게 주인의 글을 보게 되었다. 앞서서는 이문을 내야 한다면서, 사람만 남기면 되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맞다. 글쓴이는 가게를 접었다. 그래서 사람만 남았다. 폐업하는 가게를 오랜만에 갔다가 겪은 일을 글로 적은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이 글이 아무 쓸모 없을 수도 있다. 이 글에는 딱히 유용한 정보도 없고, 성공 비결 같은 것도 없다. (말했듯이 가게 접었다) 하지만 나는 글에서 이문을 초월한 어떤 끈끈한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독자분들께 아랫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장님 마음 씀씀이가 참 고우시다. 이제 망해버린 가게에 미련이 아니라 화가 남았을 법도 한데, 그 텅 빈 가게를 청소하는 마음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아마 평소에도 그런 마음으로 장사를 하셨을 것 같다. 폐업한 가게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온 단골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게다가 그들을 배려해서 과자와 커피를 준비하는 걸 보니 이분은 정말 마음을 나누고 사람을 남기는 장사를 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빚을 내고 가게를 접어야만 했다. 장사가 이렇게나 쉽지 않다.

 

나는 어릴 적부터 신촌에 살고 있는데, 주변 가게에 정붙이기가 쉽지 않다. 대학가라 그런지 정말 툭하면 폐업하는 가게가 나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월세도 비싸고, 유행에도 민감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나만의 맛집으로 여기며 몇 년간 애정하던 가게가 사라지면 쓸쓸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다. 하물며 조용히 밥만 먹던 나 같은 손님도 이럴진대 가게를 접는 사장님 심정은 오죽했을까.

 

냉정하게 보면 윗글의 사장님은 실패했다. 하지만 나는 실패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단골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남았다. 단골… 얼마나 정겨운 이름인가. 게다가 그냥 단골도 아니고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준 단골이다. 폐업하면서 가게의 단골은 끝났겠지만, 사장님 인생에는 여전히 단골로 남았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끈끈한 인연이 남았다. 그렇게 사람을 남길 줄 아는 분이라면 다음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잘하실 거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 명의 단골을 남겼을까? 잊지 않고 나를 찾아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내가 완전히 망해버렸을 때, 불쑥 고개를 내밀고, 아쉽다고, 고마웠다고 말해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장사는 이문을 남기기 위해서 사람을 남긴다. 하지만 인생은 사람만 남겨도 족한 것 같다. 살면서 많은 인생 단골을 남길 수 있다면, 그 삶은 충분히 성공한 삶이 아닐까 싶다.

 

참고 <폐업한 가게에 갔다가 펑펑 울었습니다>, 보배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