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소리를 못 들어도 괜찮은 이유

청각장애인들이 좀더 소리와 더 가까워지고, 나아가서 보다 정확한 발음으로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대가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지난 19일,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촉각’으로 소리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주위 소리와 자신의 목소리 음높이를 분석해 촉각 패턴으로 바꿔주는 ‘촉각 피치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청각장애인들은 기존의 인공와우(달팽이관) 수술을 통해 비장애인들과 일상적인 대화는 가능했지만, 음의 높낮이 구분에 한계가 있어 음악 감상이나 노래를 부르는 데 제약이 있었다.

 

 

연구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음악, 소리 등 청각 정보로부터 주파수 신호를 뽑아 음을 인식한 뒤, 이를 촉각 패턴으로 만들어 착용자의 ‘피부’에 전달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면 주변에서 4옥타브 계이름 ‘도’ 소리가 들리면,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사용자가 왼손에 낀 장갑을 통해 검지 첫째 마디에 진동이 느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손 부위별 진동 위치에 따라 음의 높낮이를 파악할 수 있어서, 주변 소리와 내 목소리의 높낮이를 촉각으로 익히는 훈련이 필요하다.

 

몬티 라이먼 박사의 저서 <피부는 인생이다>에서도 청각을 잃은 사람이 피부로 소리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부분이 있다.

 

#. 뇌의 ‘가소성’, 즉 소실된 감각을 보완하기 위해 뇌가 재배전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예로 피부 역시 부족한 부부을 채우는 데 일조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뇌에 뇌졸중이 발생한 한 서른여섯 살 교수는 좌반신 전체에 촉각이 거의 다 사라져 ‘편측감각소실(반무감각증)’을 겪었다. (중략) 다행히 18개월이 지나자 이런 증상은 크게 호전됐지만 그때부터 피부로 소리를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어떤 라디오 방송 진행자의 음성만 들으면 왼손 피부 전체가 심하게 따끔거렸다. (중략) 뇌졸중을 겪고 몸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뇌의 청각과 체성감각(피부로 느끼는 감각) 영역 사이에 신경 연결이 형성된 것이다. 이 독특한 현상은 청각과 촉각의 공감각, 즉 ‘감각 결합’으로도 알려져 있다. <피부는 인생이다, 193~194쪽>

 

책에 있는 내용이 우리 사회에서 곳곳에서 현실로 이뤄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특히 피부가 우리가 늘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오감을 대신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더욱 놀랐다. 늘 눈으로 보고 씻고, 반대쪽 피부와 맞대거나 부비적거리는 등 단순히 ‘살갗’으로만 생각했던 피부. 이제 기술과 만나 기존의 감각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다시 감각을 되찾아주는 ‘희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참고
1) <ETRI, 청각장애인에게 촉각 통한 소리 전달 성공>,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2) <“촉각으로 소리전달… 청각장애인도 노래 부를 수 있어요”>, 문화일보
3) <피부는 인생이다>, 몬티 라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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