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방터 돈까스 안 좋은 후기 올렸다가 댓글 폭탄 맞은 블로거

맛집 후기는 SNS의 단골 주제다. 확실히 잘 팔리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일단 호기심을 자극하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는 성격도 강하다. 특히 데이트 코스나 ‘오늘은 뭐 먹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요소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최근 맛집 후기에서 단연코 주목받는 가게가 있다면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에게 돈까스 장인으로 인정받은 포방터 돈까스일 것이다. (최근에는 제주도로 자리를 옮겨 ‘연돈’이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열었다) 이 가게는 앞서 언급한 잘 팔리는 요소에 ‘희귀성’까지 더했다. 돈까스를 먹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아 웬만한 열정 없이는 맛조차 볼 수 없는 가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한 블로거가 포방터 돈까스 후기를 올렸다가 네티즌들의 몰매를 맞았다. 왜 그랬을까?

 

 

 

블로거는 포방터 돈까스에 대한 평가가 다소 부정적이었다. 양이 적고, 잡내가 나고, 튀김옷이 딱딱하다며 인생 돈까스 갱신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포방터 돈까스의 장점이 가성비인데, 가성비 측면에서도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댓글에 블로거를 비난하는 반응이 달렸다.

 

솔직히 댓글 수준이 안타까웠다. 이것은 ‘토론’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왜일까? 맛집 후기는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가 유시민은 저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맨 처음 챕터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지었다.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말라’. 돈까스에 대한 평가는 취향의 문제다.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 옳고 그름도 없다. 누군가는 포방터 돈까스가 맛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맛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많은 네티즌이 한 블로거의 취향을 두고 비난하는 말을 썼다. ‘싼티난다’, ‘어그로’ 등 인격 비하적 표현도 보인다.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말라는 토론과 글쓰기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고 있지 않은 셈이다.

 

우리가 토론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다수가 지지한다고 해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포방터 돈까스 후기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취향의 문제다. “아~ 당신은 그게 별로였군요?”라고 말하면 족하다. 반대 의견을 남기더라도 “저는 충분히 만족했어요. 제가 먹어 본 돈까스 중에는 최고였습니다.”라고 자신의 취향만 밝히면 된다. 절대 “당신의 판단은 틀렸습니다.”라고 말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나도 취향이 갈린 경험이 있다. 아니 꽤 많다. 사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서 웬만하면 다 맛있게 먹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맛있게 먹었던 음식점을 남이 별로였다고 말하는 경우가 참 많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그냥 고개만 끄덕인다. ‘아~ 저 사람은 별로였나 보네.’하고 만다. 관련 대화를 좀 더 끌어간다면 “그럼 같은 메뉴 하는 식당 중에 어디가 괜찮아?”라고 물어본다. 이런 대화라면 나에게 유용한 정보라도 준다. 상대의 취향을 두고 맞네, 틀리네 옥신각신해봤자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나마 댓글 중에 합리적인 토론을 시도하는 사람도 꽤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맛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가성비를 지적하는 댓글이다. 포방터 돈까스는 제주도로 자리를 옮기면서 제주도 흑돼지를 사용하기로 했단다. 재료비가 오르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제주도 땅값, 주변 물가 등을 고려하면 가성비가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것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객관적으로 주장의 타당성을 논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맛에 대한 평가는 인정하면서, 가성비에 대한 평가는 반박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진짜 문해력 있는 토론이 아닐까?

 

참고 <연돈 솔직후기 남겼다가 개털리고 있는 블로그>, 이토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