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하면서 800만 원 모은 사연

명절, 특히 설날에는 대역 죄인이 있다. 마흔 넘도록 결혼 못 한 막내 삼촌, 대학 졸업하고서도 취업 못 한 사촌 누나, 그리고 재수생이다. 하물며 재수생도 그럴진대 삼수생쯤 되면 아예 명절날 큰집에 가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친척들 사이에서 부모님은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고, 그런 부모를 바라보는 삼수생도 덩달아 고개가 숙어진다.

 

그런데 이런 삼수생이 효도했다는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되었다. (어떻게?) 글쓴이는 학원에 다니는 대신 시립도서관에서 혼자 수험 공부를 했다고 한다. 문 열자마자 들어가 문 닫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나오며 노력했고, 결국 명문대에 합격하는 성취를 이뤄냈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훌륭하고 잘했다고 칭찬해줄 만 한데, 그 뒤의 내용이 대박이다. 그렇게 학원에 다니는 대신 독학하며 800만 원의 학원비를 모았고, 이를 어머니 계좌로 쏴드린다고 한다. 진짜 리마커블한 이야기고 나도 모르게 박수가 나왔다.

 

 

 

 

이 수험생의 이야기를 보면서 최근에 읽었던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의 한 내용이 떠올랐다. 책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꿈을 이루고자 할 때 자원은 결코 중대한 난관이 아니다.”

 

무슨 뜻일까?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에린 그루웰이라는 미국의 어느 고등학교 교사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에린 그루웰은 비행 청소년이 바글거리는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녀는 학생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기존 교육 과정 대신 <안네의 일기>와 <즐라타의 일기> 등 ‘위기에 처한 10대와 관련된 책’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문제아로 낙인찍혔던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으며 일부는 에린처럼 교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일이 순탄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처음 시작했을 땐 책을 살 돈이 없어서 에린이 부업으로 돈을 벌어 책을 사야 했다. 그러나 에린의 목표는 계속 커졌다. 그녀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을 초청해 강연을 열고자 했고, 이를 위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 행사를 열어 그 일을 성사시켰다. 에린에게는 자원이 없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일을 벌이면 벌일수록 자원도 자꾸 생겨났다. 에린 그루웰의 성공을 이끈 것은 풍부한 자원이 아니라 오로지 그녀의 의지였다.

 

 

위에 언급한 삼수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는 충분한 자원이 있었지만, 이를 아끼고 혼자 공부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명문대 합격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꿈을 이뤄낸 핵심은 자원이 아니라 결국 그의 의지였다. 댓글에서도 이를 언급하는 내용이 있었다. 사실 재종반(재수종합학원)은 공부를 잘 가르쳐서 다니기보다는, 공부를 강제하기 때문에 다닌다고 한다. 도서관 문 열 때 들어가서 끝날 때 나오는 의지력이면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혼자 공부하는 게 차라리 나은 셈이다.

 

게시물에는 이런 댓글이 많이 달렸다. “뭘 해도 될 놈이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의 주인공은 삼수생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안 됐던’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될 놈’이 되었다. 1년 동안 도서관 죽돌이로 꾸준히 노력한 결과이다. 실패는 성공의 과정에 불과하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마틴 루터 킹은 1964년 노벨상 수락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자원에는 부족한 게 없습니다. 부족한 건 인간의 의지입니다.”

 

부족한 의지를 부족한 자원 탓으로 돌리며 살았던 것은 아닌지, 삼수생의 효도를 보며 스스로 반성해본다.

 

참고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체인지그라운드에서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