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과연 선진국일까? 이에 대해서는 한국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선진국이 된다고 마냥 좋은 것이 아니다. 2019년 10월 우리나라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로 인해 높은 수입 관세나 수입물량 제한 같은 각종 특혜를 장기적으로 포기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것은 국격이 높아지는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실질적인 이해득실을 따져보면 이처럼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 IMF 극복 등 경제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긴 했으나, 문화적 성숙이나 복지, 민생, 노동 분야에서 선진국의 제도와 인식을 따라가기에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다. 덩치는 다 컸으나, 아직 내적 성숙이 부족한 고등학생 같은 느낌이라 선진국으로 불리기에 조금 모자란 상태라고 보는 셈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한 커뮤니티에 해외 각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자료가 올라왔다. (원출처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작성한 2018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보고서이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선진국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다음과 같다.
중국 73.8%, 대만 73.0%, 브라질 73.0%, 인도 72.0%, 러시아 67.5%, 아랍에미리트 64.3%, 호주 63.5%, 영국 62.3%, 프랑스 62.0%, 미국 56.8%, 일본 23.0% (…)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어느 한 나라 빼고…) 최근 10년 동안 스마트폰 등 전자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싸이나 BTS 같은 글로벌 한류 스타가 등장하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지금은 보시다시피 한국을 선진국으로 아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내가 실제로 체감하는 인식도 비슷하다. 90년대 한국에 비해 2020년대 한국은 정말 많이 성장했다. 특히 2002년 월드컵 이후 시민 의식 면에서도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뿌듯하게 여겨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완전한 선진국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몸은 다 컸지만, 내적 성숙이 부족한 상태라고 여겨진다.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게 바로 문해력이다. 우리나라의 문해력은 2등급으로 좀 복잡한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평가하지도 못한다고 여겨진다. 선진국이라는 호칭을 붙이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누가 뭐래도 독서 부족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40%는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다.
이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은 무의미하다. 이미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포기하기도 했고,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는 선진국이라는 인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려면 선진국에 걸맞은 제대로 된 내적 성장을 갖춰야 한다. 나는 그 해답이 독서에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독서 선진국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참고
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18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보고서
2) 에펨코리아, ‘한국이 선진국인가?’라는 질문에 해외 각국들 반응.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