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배송받고 빡친 처자

외국인도 깜짝 놀라는 우리나라 문화 중 하나가 바로 배달 문화이다. 우편과 택배는 물론 음식 배달까지. 한국의 배달 문화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놀라운 것이 택배인데 곰곰이 따져보면 신기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1) 웬만한 택배는 며칠 안에 배송된다.

2) 배송 중 파손을 겪는 일이 극히 드물다.

3) 수령인 부재 시 문 앞에 놓고 가도 훔쳐 가는 사람이 없다.

4) 이 정도 서비스이면서 배송비가 매우 저렴하다.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렇게 훌륭한 품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치안 상황이나 국민의식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택배 기사들의 소명 의식도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무거운 택배를 들고 묵묵히 계단을 오르는 택배 기사들을 보면 정말 고생하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택배 기사들을 향한 배려는 갈수록 부족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SNS에 한 여성이 올린 글이다.

 

 

‘설마 택배기사가 엘리베이터를 못 쓰게 하는 곳이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곳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마 글쓴이가 사는 곳은 그런 규정이 없었던 것 같지만,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다 지적받는 일이 많다 보니 기사분께서 미리 알아서 계단을 이용하셨던 것 같다.

 

 

아파트 주민과 택배 기사 사이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나마 안전이나 보안과 관련된 일이라면 이해할만한 여지가 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사용 정도는 문제없지 않을까? 약간의 불편함은 발생할 수 있다. 막 타려고 했는데 짐을 잔뜩 실어서 타지 못하면 다음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그 정도 양보하며 사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런 배려가 사라지면 비용이 증가한다. 만약 모든 건물에서 택배 기사의 엘리베이터 사용이 금지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배달 시간은 늦어질 것이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택배 회사는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 서비스 품질은 하락하고, 비용은 상승한다.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것과 택배 비용 상승 중 무엇이 더 손해일까?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특히 현대 도시 사회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나의 일상을 유지하려면 누군가의 노동이 필요하고, 또한 나의 노동으로 누군가의 삶에 보탬이 된다. 그렇게 네트워크화된 생존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이 시스템이 더 효율적(고품질 저비용)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신뢰와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눈앞의 편안함을 좇느라, 커다란 이익을 포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소탐대실이 아닐까 싶다.

 

참고 : 광고 ‘스위첸’ 택배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