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도, 학연도, 인맥도 없이 모든 것을 이룬 화가

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박대성 화가를 우연히 알게된 것은 <독도>라는 그림 덕분이다. 이 그림에서는 독도 상공을 날고 있는 용이 붉은 해를 머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그림을 그린 우리나라 수묵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은 “독도를 감싸고 있는 구름이 마치 일본에 호령하고 있는 용처럼 보였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내가 붉은 해라고 생각했던 것은 일장기를 상징하고 있었다. 그림이 주는 메세지 뿐 아니라 그림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느껴져 모니터에서 보는 사진일 뿐이었는데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림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실물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더 클 것 같다. 이 그림은 가로 8.25m 세로 2.18m의 대작이기 때문이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밍쯔의 날

 

<독도>에 감동을 받은 나는 박대성 화백의 다른 그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분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뒷 배경으로 등장한 수묵화 ‘장백폭포’와 ‘일출봉’의 주인공이라는 사실, 작품들 모두가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 그리고 한국 전쟁 때 왼쪽 팔을 잃어 지금껏 의수로 생활하고 계시며, ‘학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미술계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이 거대한 작품들을 오른쪽 팔로만 그렸다는 사실이 놀랍다. 하지만 내가 찾아본 글들 중에는 그의 팔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그 사실은 작품에 비하면 너무 사소해 보였다. 그에게 불편함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박대성 화백은 남산 아래 불편당이라는 이름의 집을 지어두고 불편함을 삶 자체로 받아들였다. 그는 육체가 편하면 정신이 쇠퇴한다고 믿고 편리함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산다. 신체의 불편함 뿐 아니라 육식을 끊고 엄격하게 채식주의를 고집하며 휴대폰은 아예 없다. 그런 엄격한 삶 속에서 그림에 혼신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림만으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림을 보면 다른 말이 필요 없어 보인다.

 

특히 수묵화는 오직 까만 먹으로만 그리는 그림이라는 것, 그림에서 보이는 흰 색은 흰 물감으로 덧칠한 것이 아니라 하얀 종이 그 자체라는 것, 구룡폭포의 힘찬 물줄기나 흰 눈은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여백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면 더 놀랍기만 하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밍쯔의 날

 

나는 이번 경주길에 가로 10m, 높이 2.5m, 그의 화실 한 벽면을 가득 채우는 2000호짜리 불국사 그림 앞에서 하룻밤을 새웠다. 실제와 똑같은 천년송 10여 그루 사이로 실제와 똑같은 기왓장과 누대와 석축과 난간을 가진 불국사가 마주 보며 길게 누워 있었다. 크기가 거대하다고 그림이 사람을 압도하는 건 아니니라. 건축이 아니라 회화가, 건축물만한 공간감과 신비와 무게와 울림을 지닐 수 있다는 실감을 전에는 한 적 없다.” -김서령 칼럼리스트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꼭 솔거미술관의 저 자리에 앉아서 박대성 화백의 그림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싶다. 모니터가 아니라 실물 그림 앞에서 압도당하는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

 

참고:
<‘불국사 화가’ 박대성>, 신동아, 김서령
<묵향 반세기-박대성 화가와 함께>, 경주 솔거미술관
<독학의 실경산수 “진짜는 스스로 깨치는 것”>, 경향신문

 

written by 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