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연애학 개론을 갖다 버려야 하는 3가지 이유

세상에 노력이면 안 될 게 없다고 하지만, 현실에는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분명히 있다. 특히 사랑에서만큼은 그 이치가 통하지 않는다. 사람 마음은 마음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해도 그 노력을 보답받으리란 보장은 없다. 결국, 더 사랑하는 사람은 약자가 된다. 그렇게 사랑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라는 교훈만 얻은 채, 다음 사랑에서는 절대로 약자가 되지 않을 거라 다짐하기도 한다.

 

그렇게 사랑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선다. 연애 잘한다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 보고, 유명한 연애 지침서를 탐독한다. 밀당하는 법, 관심 있어도 무관심한 척하기, 상대가 질리지 않게 하는 매력 등 세간에는 별의별 연애 조언들이 난무한다. 하지만 이런 조언들이 정말로 쓸모가 있을까? 싸구려 연애학 개론을 갖다 버려야 하는 3가지 이유에 관하여 알아보자.

 

1) 고정관념, 카더라, 뇌피셜

 

현대 연애 지침서들이 많이 가져오는 근거 중 하나가 진화 심리학이다. 여자는 임신, 출산, 수유를 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헌신도가 남자보다 훨씬 높다. 그래서 자신과 아이에게 헌신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남자를 찾는다. 반대로 남자는 최대한 많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여자를, 특히 젊고 예쁜 여자를 만나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경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류는 발전했고, 우리는 생존보다 생활이 더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행동을 번식과 생존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사랑에 관하여’라는 강의를 하고 있는 마리 루티 교수는 정말로 모든 남자에게 바람둥이 같은 ‘사냥꾼’ 기질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녀가 읽었던 연애 지침서에는 남자들이 너무 유능하거나 주도적인 여자를 좋아하지 않으니, 혼자 힘으로 전구를 갈 생각이면 남자가 안 볼 때 하라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그래서 주변 남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물어보았다. “여자 친구나 아내가 전구 가는 모습을 본다면 매력이 떨어질 것 같나요?”

 

돌아온 답변은 어땠을까? “여자가 전구를 갈면 매력이 떨어지냐고? 말이 되는 소릴 해.”, “내 여자가 전구 하나 못 가는 사람이라면 그게 더 싫을 것 같은데. “, “어떤 여자가 전구 가는 법을 모른다면, 그건 그 여자가 모자란다는 신호겠지. 나는 모자라는 여자한테는 별로 끌리지 않아.” 이처럼 흔히 통용되는 사회적 고정관념은 실제 연애와 큰 차이를 보인다. 문제는 연애 지침서들이 이러한 인식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 ‘카더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심하면 아예 작가의 상상 속에만 있는 연애 규칙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들이대는 경우도 있다.

 

2) 책임 전가

 

이런 연애 방법론에 익숙해지면 의외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연애 실패의 원인을 모두 자신에게 돌리며 자책에 빠지는 것이다. ‘내가 매력적이지 않아서’, ‘내가 너무 부담스럽게 행동해서’, ‘내가 이런 방법을 몰라서’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자책은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자신이 잘못한 게 있다면 반성하고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제는 딱히 잘못하지도 않은 점까지 ‘연애 능력 부족’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스스로 행동에 제약을 걸게 된다. 그렇게 연애 지침서를 따라 하느라 생기 넘치는 본연의 모습을 가릴 수도 있다.

 

3) 방법이 아니라 태도

 

유대인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물고기를 한 마리 잡아주면 하루를 살 수 있지만,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면 일생 동안 먹고 살 수 있다.” 흔한 연애학 개론은 그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생각해 볼 점이 있다. 방법을 알려준다고 바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까? 일단 방법을 알아도 숙달될 때까지는 물고기를 잡기 힘들다. 낚시는 몸으로 익혀야 하는 지식이다. 한번 말해준다고 낚시왕이 될 수는 없다. 또 상황에 따른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강에서 낚시하는 것과 바다에서 낚시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즉, 물고기 잡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모든 인간관계는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직접 부딪히며 배울 수 있는 게 더 많다. 특히 비언어적 소통(제스쳐, 눈빛 등) 같은 건 겪어보지 않으면 알기가 어렵다. 또한 연애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 사람한테 통한 방법이 저 사람에게 통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모두에게 통하는 ‘연애 잘하는 법’이 있다고 보는 게 이상하다.

 

그래서 구체적인 방법이 아니라 그런 방법들을 아우를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상대방을 사랑하기 전에 나부터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라든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라든가, ‘호감을 부르는 소통’처럼 범용적으로 적용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내용은 연애에 국한하지 않는다. 인간관계 전반에 쓰일 수 있다. 어쩌면 좋은 연애란 좋은 인생의 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연애 지침서가 싸구려는 아니다. 풍부한 사례와 전문적인 시선을 바탕으로 사랑에 관하여 진지한 이야기를 건네는 책도 있다. 이런 양질의 책을 보다 보면 연애란 방법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된다. 그 태도는 연애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도 도움을 준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는 심리학자인 어머니가 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책으로 엮었다. 그중에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그 내용이 유독 맘에 들었던 이유는 단순히 ‘연애 잘하는 법’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연애를 통해 인생이 행복해지는 방향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연애가 아닌 인생을 보길 바란다. 그곳에 진짜 연애 잘하는 법이 담겨 있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자유롭고 당당한 삶을 꿈꾸는 딸에게 전하는 자기 돌봄의 심리학

 

※ 본 콘텐츠는 유료 광고로서 출판사와 협력하여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