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배신하지 않는 것

영화 ‘조커’에서 상징적 비유로 등장하는 장면이 계단이다. 평범한 광대 아서가 힘겹게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 이와 반대로 모순된 세상을 조롱하듯 넘어질 듯 말듯 흥겹게 춤을 추며 계단을 내려오는 조커. 어떻게든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보려 했던 한 남자가 괴물 ‘조커’로 바뀌는 걸 보면서 저렇게까지 만든 세상을 탓하거나 혹은 저렇게까지 해야 했었느냐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로 돌고 있는 ‘의외로 배신하지 않는 것’이라는 제목의 캡처 화면을 보며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무언가에 대한 노력이란 건 해도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노력을 했지만, 운이 좋지 않아 실패했다든지, 아니면 자신은 모르지만, 노력의 방식이 잘못된 경우다. 그래서 독서를 통해 ‘의식적 노력’의 중요성을 배운다. 노력에도 효율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무언가를 포기하는 건 그동안 들였던 시간과 에너지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심리적 타격을 감수할 수만 있다면, 다시 말해 마음먹고 하던 행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일단은 목적은 달성한 것이다. 그래서 저 한마디에 많은 이들이 공감한 게 아닐까.

 

물론 포기가 우리의 믿음을 저버릴 때도 있다. 무언가를 포기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무언가가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곧 성과로 이뤄질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다. 그걸 깨달았을 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심리적 타격을 받고 있을 터다. 결국 그 어떤 행동도 절대적 믿음과 배신은 없다. 훗날 나타날 결과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중요하다.

 

참고 <의외로 배신하지 않는 것.jpg>, 이토랜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