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같은 메신저가 생활 깊숙이 들어오면서 과거에는 없었던 미묘한 인간관계 문제가 생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단톡방’이다. 딱히 읽지도 않는 방인데, 그렇다고 그냥 나와버리기에는 사람들 눈치가 보인다. 따로 흔적을 남기지 않고 나오는 방법도 있지만, 카카오톡을 탈퇴하고 다른 데이터도 삭제되기 때문에 매우 번거로운 방법이다. 그럼 눈치 보지 않고 단톡방을 나오는 방법은 없을까? 방송인 김숙이 단톡방에서 몰래 나가는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했다. 그녀는 이 방법으로 12개의 단톡방을 나가는 동안 한 번도 걸린 적이 없다고 한다.
김숙은 방마다 패턴이 있는데, 글이 많이 올라오는 날을 잡아 새벽에 방에서 나가는 것이 비법이라고 했다. 뒤이어 올라오는 많은 양의 메시지에 밀려 나간 흔적이 완벽하게 은폐된다는 것이다. 나름 기발하고 일리 있는 비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해서 몰래 나가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이처럼 미묘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는 본질을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단톡방 문제의 본질은 ‘인맥’이다. 인맥은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인맥이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시너지는 하나와 다른 하나가 만나 둘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만약 그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인맥이나 네트워크라고 부를 수 없다. 그저 모여서 술 마시고 친목만 다지는 관계라면 네트워크가 아니라 넷드링킹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네트워크가 아니라 넷드링킹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 그만큼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인생은 결국 기회비용 싸움이다. 무언가를 선택하면 무언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의미도 없고, 시너지도 없는 인맥에 에너지를 소비하면 그만큼 다른 곳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잃게 된다. 그저 단톡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때때로 그 방을 확인하는 시간과 에너지도 모으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의미 없는 단톡방이라면 언젠가는 나와야 하는 게 정답이다.
김숙의 조언대로 단톡방에서 몰래 나오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하지만 기왕 나올 거면 당당하게 나오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대신 적절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어떤 명분이 좋을까? 자기계발이나 공부만큼 좋은 명분이 없다. 독서하는 습관을 기르고 싶다거나 집중해서 공부하기 위해 단톡방을 나간다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해주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를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말로만 그러고 실제로 공부하지 않으면 거짓말이 될 것이다. 선택과 집중의 명분이 되어야지, 회피와 모면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정말로 주변으로부터 인심을 크게 잃을 수도 있다.
SNS의 발달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연결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저 연결하는 것으로는 아무런 성과도 낼 수 없다. 연결이 성과를 내려면 시너지가 나와야 하고, 시너지를 내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실력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단톡방에 참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일이다. 무의미한 단톡방에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긴다는 생각이 든다면, 과감히 정리하고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도록 하자. 그렇게 실력을 키우면 연결은 알아서 찾아온다. 그때 만나는 인맥이야말로 진정한 네트워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