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은 적당히 요령껏 해야 합니다???

먹고사니즘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심지어 금수저조차도 일단 먹고살려면 부모님의 비위를 잘 맞춰야 합니다. (잘 맞추면 아주 잘 먹고 잘 살기 때문에 타인의 부러움을 사겠죠?) 우리는 생존을 위해 혹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목적이 달라도 결국 일을 해야 합니다. 은퇴하기 전까지는 인생에서 자는 시간 다음으로 (누군가는 자는 시간 이상으로) 많이 하는 행위가 바로 먹고살기 위한 정신적 육체적 노동일 것입니다.

 

최근에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직장 생활에 관한 조언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결론은 제목처럼 직장 생활은 너무 열심히 하면 안 되고 눈치를 보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는 동의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틀린 조언입니다. 우리나라 자기계발서가 쓰레기인 이유는 이런 식의 지극히 편협한 경험의 오류가 절대 진리인 마냥 일반화가 되기 때문입니다.

 

일단 제가 재직했던 우리나라 대기업 S사는 딱 봐도 누가 임원이 될지 누가 에이스인지 누가 생각해도 어렵지 않게 추려집니다. 고과 경쟁이 박빙인 경우에는 인간적인 부분과 정치적인 부분이 개입되겠지만 웬만하면 열심히 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빨리 승진을 합니다. 여러분이 주변에 S사에 3급 사원(대졸 이상) 이상으로 입사해 다닌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거의 다 그렇게 대답을 해줄 겁니다.

 

그리고 중소기업인 저희 회사를 얘기해보겠습니다. 저희 회사는 딱히 신입/경력이라는 채용 구분이 없습니다. 누가 들어오던지 월급 200만 원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박봉이지요? 상황이 좋아지면 기본 디폴트 시작 금액도 올려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들어와서 성과가 나기 시작하면 양상은 전혀 다르게 전개됩니다. 저는 회사의 대표이기보다는 대주주입니다. 그래서 가장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당장 저희 회사의 대표이사도 연봉과 수당 이것저것 다 합쳐서 4000만 원 안 되게 시작했습니다. 사실 스타트업에서 연봉만 잘 받아도 사실 운이 좋다고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지금 대표이사의 연봉은 어떻게 되었을까? 3년이 지난 시점에서 8000만 원 정도에 육박합니다. 중간에 주식도 큰 목돈으로 엑싯(exit)도 했습니다. 어떻게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었기 때문에 보상해준 것입니다.

 

제 주변에 보면 열심히 했을 때 보상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습니다. 월급쟁이로 부모님도 도움 전혀 없이 연봉 10억까지 올라간 분도 계시고 30대에 대기업에 부장 직위까지 올라간 분도 있습니다. 앞에서 글쓴이는 여태까지 그런 환경에만 있었기 때문에 학습된 무기력에 갇혀서 저런 이야기를 썼을 것입니다. 그러면 진지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본인은 왜 그런 환경에만 있었을까요? 이야기 하나를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성급한 일반화를 쉽게 하고 또 그런 결론을 통해 최선을 다해서 본인 환경이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요? 댓글을 보니 “조언 감사하다.”라는 말도 안 되는 글들이 있던데 저런 편협한 조언을 조심해서 들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에 본인의 회사가 글쓴이가 말한 류의 회사이면 자기계발을 통해 이직을 하세요. 실제로 열심히 하면 손해 보는 회사는 상사도 동료도 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회사를 선택한 것은 본인 잘못입니다. 하지만 그런 회사에서 탈출하는 것도 본인 선택이고 본인 능력입니다. 이제는 SNS로 세상이 더 촘촘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실력이 있다면 예전보다 훨씬 더 좋은 조직문화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아졌습니다. 그런 능력 있는 분들이 꼭 좋은 곳에서 인정받고 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직장 생활은 적당히 요령껏 해야 합니다>, 클리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