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 그것도 한 매장에서만 계속 시켜 먹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러면 당신의 이름이 메뉴에 올라갈 수도 있다. 커뮤니티 사이트 개드립의 ‘월터’라는 유저가 매일 감바스 알 아히요를 시켜 먹었더니, 사장님이 메뉴 이름을 ‘월터 감바스 알 아히요’로 바꿔주었다.
이걸 보며 무슨 생각이 드는가? 나는 이 사례에서 돈 냄새를 맡았다. 이 사장님이야말로 ‘진짜 장사 잘하는’ 사장님이다. 이 사장님의 장사 비결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바로 ‘소속감’이다.
1) 소속감의 2가지 요소
고객에게 인사이더(내부자 혹은 같은 편)라는 소속감을 불러일으키려면, 희소성과 배타성이 필요하다. 희소성이란 말 그대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배타성이란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에게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메뉴에 단골 이름을 붙여주는 행위는 희소성과 배타성 양쪽 측면을 모두 충족하는 행위다. ‘월터 감바스’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며, 매일 시켜 먹고 꾸준히 리뷰를 작성하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다.
2) 소셜 화폐
이처럼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손에 넣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을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처럼 느낀다. 그래서 더 큰 애착을 보이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소셜 화폐다. 사람은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높여주는 것을 공유하고 싶어 하고, 이런 인간의 기본 심리를 소셜 화폐라고 한다.
월터라는 유저는 메뉴에 이름이 올라가는 소속감을 맛보았고, 이를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려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분명 배타적인 행위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월터가 누구야?’라며 오히려 소외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이 전략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3) 대박 그리고 반전
결과는 대박이었다. 월터 감바스 소식은 전 커뮤니티로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매장에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주문이 쏟아졌다. 사장님은 입소문의 법칙, 특히 소속감을 활용한 소셜 화폐의 법칙을 제대로 구사했고, 그 결과는 대박 바이럴로 이어졌다.
마케팅이라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어쩌면 진심 하나만 있어도, 그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사장님이 소셜 화폐의 법칙을 알고 있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진심을 가진 사람이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런 가게라면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도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그런 가게가 잘 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덧. 하지만 가게가 대박이 나는 바람에, 정작 월터님은 주문을 하지 못하셨다고 한다. ㅠㅠ
참고
1) 감바스 하도 시켜먹어서, 개드립 (링크)
2) 책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