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 개인이 가진 부(富)를 측정하는데 쓰이는 기준으로 집과 차의 크기를 따지곤 한다. 크기가 클수록 사람들에게 부자라고 인정받는다. 이런 인식에는 TV 드라마의 영향도 크다. 키크고 잘생긴 남자 주인공이 경차를 타고 등장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돌고 있는 글(위 사진)에서 키가 커서 목이 꺾인 채로 운전해야 했던 선배가 회사 여직원들의 뒷담화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대단한건 글쓴이가 칭찬하는 ‘간지나는 선배’의 태도다. 자신의 상황과 주변의 평가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그것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물론 ‘마티즈 탄다’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뒷담화냐 그렇지 않으면 보이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냐는 것은 온전히 선배의 몫이다. 선배는 후자의 관점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문제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아버지의 조언을 흘려버리고, 본인의 표현대로 쫄랑쫄랑 이야기한 글쓴이다. ‘사람들이 선배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으니 참고하여 (근사한 차로 바꾸든지 해서)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주고 싶었을까. 오히려 글쓴이가 간지나는 선배에게 어떻게 보였을지가 걱정이 되는 대목이다. 차라리 진짜 선배가 걱정이 된다면 차라리 목을 꺾어가며 운전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도 경차를 고집하는 이유가 뭔지 물어보는 게 나았을 것이다. 남말하기는 쉽고 내 의견은 말하기 어려운 건 먼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치않은 인간의 꼬인 심리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참고 <소지섭 닮았던 회사선배가 마티즈를 타고 다녔음.jpg> 웃긴대학(링크)
썸네일 이미지 출처 : 영화 ‘회사원’ 스틸컷, GM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