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을 물리치는 최고의 방법

2021년 1월 20일
admin

1) 마음챙김이 필요한 이유

한 육군 중위가 심각한 분노 조절 문제를 다스리도록 마음챙김 코스를 들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중위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군대식 사명감에 따라 열심히 수행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걸핏하면 분노를 터트리는 문제를 해소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6주 동안 수행한 뒤에 그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토요일, 그는 북적거리는 동네 마트에서 물건값을 계산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에어컨 바람만으론 열기를 식힐 수 없을 만큼 푹푹 찌는 날씨라, 몸은 이미 땀에 젖은 상태였다. 게다가 앞의 여자가 엉뚱한 줄에 서 있는 걸 보자 중위는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 여자는 한 가지 물건만 구입했으니 옆쪽 소량 전용 계산대로 가야 했다. 더구나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여자의 품엔 사내 아기가 들려 있었다. 드디어 여자의 차례가 왔다. 그런데 계산대 직원이 단품을 금전 등록기에 찍을 생각도 않고 아기에게 까꿍, 까꿍 하면서 놀아주기 시작했다. 중위는 씩씩거리며 혼잣말을 했다.

“아니, 여기가 무슨 놀이방이야!?”

그런데 더 놀랍게도, 앞에 선 여자가 아기를 계산대 직원에게 건네는 게 아닌가! 중위는 속으로 탄식했다.

‘아니, 이 여자가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뒤에 사람이 셋이나 기다리는데. 게다가 애초에 이 줄에 서면 안 되는 거였잖아!’

하지만 그동안 마음챙김 수행을 해왔기 때문에 분노 폭발이라는 습관적 고속도로에 들어서지는 않았다. 그는 심호흡을 몇 번 하면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분노의 연기가 걷히자 귀여운 사내 아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중위는 자기 차례가 왔을 때 계산원에게, “아기가 아주 귀엽더군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계산원은 기쁨에 겨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 그래요? 실은 제 아들이에요.”

계산원은 이내 침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작년에 남편이 전투를 수행하다 죽었거든요. 제가 이렇게 돈벌이를 해야 해서 아기와 놀아줄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나마 친정엄마가 와서 아기를 봐주니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제가 일이 늦게 끝나기 때문에 엄마가 매일 아기를 마트에 데리고 와서 한 번씩 만나게 해줘요.”

그 순간 상황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느낄 수 있는가? 중위가 마음챙김 수행으로 자신의 분노를 주목하고 다스릴 수 있었던 사실에 얼마나 감사했을지 상상이 될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크나큰 승리를 거둔 것이다.

2) 불안을 물리치는 최고의 방법

내가 재향군인병원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내가 처음 진료한 환자는 스물아홉 살의 갱단 조직원 호세였다. 호세는 라이벌 갱단에게 살해당할 뻔한 직후부터 줄곧 공황 발작에 시달리다 나를 찾아왔다.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호세는 ‘치료사’ 의자에 앉아 있는 스물여섯 살 난 백인 여자를 보고 눈을 굴렸다.

“이봐. 내 몸에서 이런 기분을 없애줄 약이 좀 필요한데.”

“미안하지만 나는 박사PhD지 의사MD가 아니에요. 약을 처방해줄 순 없어요.”

호세는 얼굴을 찡그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좋아. 그럼 내가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를 분산시킬 방법이나 좀 알려줘.”

“난 마음챙김 치료사예요. 그래서 주의를 분산시키는 대신, 당신과 함께 당신 몸 안의 불안감에 주의를 기울일 거예요. 그래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거든요.”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데 오히려 주의를 더 기울일 거라고?”

호세는 버럭 소리친 다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제기랄! 치료사를 다시 알아봐야겠군.”

나는 숨을 고른 뒤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호세,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당신을 죽이려 했던 갱단이 뒤쪽에서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면, 당신은 몸을 돌려서 그들을 똑바로 보길 원하나요, 아니면 무시하고 걷다가 급습을 당하길 원하나요? 몸을 돌리면 당신은 그들이 몇 명인지, 무슨 무기를 지녔는지 확인해서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내 말은 이참에 당신의 불안감을 명확하게 보는 방법을 배우라는 거예요. 그래야 그게 계속 매복해 있다가 당신을 공격하지 못하죠.”

호세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본 순간, 나는 우리가 이미 치료를 시작했음을 직감했다. 실제로 그 뒤에 벌어진 일은 놀라웠다. 호세가 마음챙김 수행을 시작하자 마치 전등 스위치가 딸깍 켜지는 것 같았다. 호세는 대단히 열성적으로 수행에 돌입하면서 마음챙김의 총아로 거듭났다. 마치 마음챙김에 ‘특화된’ 사람처럼 인생 전반에 바로 적용하기 시작했는데, 그 속도가 나보다 훨씬 더 빨랐다.

호세는 수행을 시작한 뒤로 공황 발작을 일으키는 자극과 전조 증상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었다. 언제, 어떻게 불안감에 사로잡히는지 나한테 이렇게 설명해주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자꾸 불안해집니다.”

또 호세는 라이벌 갱단의 조직원들을 균형 잡힌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그들도 나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기를 쓰는 거죠.”

가장 감명 깊었던 변화는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였다. 뒷골목을 휘젓고 다니던 거친 젊은이가 너그러운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불안감이 느껴져도 예전처럼 자신의 ‘약점’과 ‘두려움’으로 치부하며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지만, 어린 아들을 위로하는 아버지처럼 불안감을 다정하게 감싸 안았다.

호세의 마음챙김 수행은 자기 자신을 더 명확하고 너그럽게 바라보도록 도와주었다. 그 덕에 호세는 공황 발작뿐만 아니라 자기인생도 치유했다.

3) 마음챙김이란, 명확하게 보는 것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말은 불교 경전에 쓰인 팔리어로 삼빠잔나인데, 명확한 이해라는 뜻이다. 마음챙김은 우리가 현명하게 선택하고 인생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상황을 명확하게 보게 해준다.

하지만 우리는 왜곡된 사고방식으로 흐릿해진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명확하게 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순간순간을 인식할 때 과거 경험에 좌우되기 때문에 현실을 부정확하게 인식한다.

부모와 교사, 주변 사람과 사회가 의식적으로든 잠재 의식적으로든 우리의 인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좋은 뜻에서 우리에게 “세상이 위험하다.”라고 말하면, 우리는 위험을 감지하는 쪽으로 렌즈를 맞춘다. 음악 교사가 “넌 음정이 틀렸잖아!”라고 말하면, 우리는 목소리가 금세 기어들어 간다. 그러다 결국 상심해서 마음을 닫아버린다.

결국 우리 자신을 특정한 방식으로 바라보게 된다. 아울러 타인도 특정한 방식으로 바라보게 되고, 인생도 특정한 방식으로 바라보게 된다. 우리 관점은 영화처럼 계속 움직이는 게 아니라 사진처럼 한 장면에 고정된다. 이런 왜곡된 렌즈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그리고 크고 작은 선택을 내리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흔히 무의식적으로 작동하지만, 간혹 우리가 인식한다 해도 딱히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마음챙김 수행은 길들여진 과거와 습관화된 패턴에서 우리를 해방시켜준다. 우리의 인식을 형성하고 의식을 흐리게 하는 필터와 편견과 선입견을 제거하도록 돕는다. 현실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우리 자신과 주변 세상에 대한 근본적 진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마음챙김은 외적 반응성보다 내적 인식을 통해 삶을 펼쳐나가도록 돕는다.

명확하게 보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말을 빌리자면, ‘어떤 문제든 그 문제를 만들어냈을 때와 같은 의식 수준에선 그것을 절대로 풀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