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직의 구성원들을 잘 통솔하는 리더의 자세는 어떠해야하는가를 생각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사연이다. 물론 사연만 봤을 땐 글쓴이의 어머니가 언급한 글쓴이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이에게 화가 나고, 비난의 화살도 그 친구에게 갈 지도 모른다. ‘가장 친하다’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너무나 당연하게 딸의 아픈 곳을 사람들 앞에서 들췄기 때문이다. 그냥 묵묵히 들어줬다면 이런 일은 일절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문제는 이 사건을 중재하려고 한 담임교사의 태도에 있을 것이다. 글만 봤을 땐 글쓴이 역시 학교로 찾아가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을 것 같다. 전후 사정은 고려 않고 단지 또래에게 화가났다고 얼굴에 물을 뿌려버리는 행동을 한 사람에게만 잘못했다고 했으니 말이다. 진짜 원인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교사가 제일 먼저 할 일은 왜 이 친구가 물싸대기를 날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이었다. 친했다고 믿었던 친구의 배신감과, 아버지가 안계시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뒤섞인 이에게 필요한 건 글쓴이의 어머니에게 가정 교육에 대한 훈계가 아니라, 위로였을 거다. 평일엔 집보다 학교에서 있는 시간이 더 긴 중3 학생에게는 더더욱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따로 글쓴이의 딸에게 생각없이 말한 그 친구를 불러서 당황스런 일(물싸대기를 맞은 일)을 당한 것에 대한 위로를 먼저하고 조심스럽게 왜 그 친구의 아빠 얘기에 ‘말조심 해달라고 한 얘기를 밖으로 꺼낼 수 밖에 없었니?’라고 물어보았을 거다.
살면서 진짜 어른을 만나기 힘들다고 말한다. 자기 먹고 살기도 바쁜데 남 걱정해줄 여유도 없고, 해결해줄것도 아니면서 마음을 쓴다는 게 오히려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결을 해주기 전에 상대방에게 힘이 돼 주는 말, 아픈 상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는 노력만 해도 그 사람에게는 앞으로를 살아갈 힘을 충분히 주는 것이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은 괜한 표현이 아니다.
참고 <중3딸이 친구 얼굴에 물싸대기를 날린 이유.jpg> 웃긴대학(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