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크리스마스는 한해가 가기 전에 잊지 말고 챙겨야 할 ‘빅 이벤트’였다. 저 멀리 북극 근처에 사는 산타가 루돌프를 타고 내게 선물을 가져다주는 날인데, 사실 그 산타는 바로 어머니 아버지였다. 그리고 이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며 커가는 동안에도, 우리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영원한 산타가 돼주시려고 하신다.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대학’에 올라온 캡처화면 속 사연도 그렇다.
살아온 세월 쌓아둔 모든 기억들이 하나둘씩 희미해져가는 와중에도, 부모님은 지난날 자식에게 못해준 것은 머리가 아닌 가슴 속에 담아두시는 것 같다. 오히려 ‘떼 쓴 기억’이 희미해진 것은 바로 어릴 적 철없이 떼를 썼던 자신인데 말이다. 이 사연을 보고 생각건대, 글쓴이의 어머님이 준 시계는 글쓴이와 어머니의 지난날을 공유할 수 있는 물건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불과 몇 십년만에 방구석 어딘가에 꽂혀있는 오래된 앨범을 꺼내지 않아도 과거를 쉽게 추억할 수 있다. 바로 블로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다. 다시 말해 옛날에는 사진이나 유품 등 손에 잡히는 그 무언가였다면 오늘날엔 0과 1로 표현되는 디지털 언어로 기록돼 SNS 계정을 없애지 않는 한 영원히 보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내가 죽은 후에도 내 지난날의 기록은 이 세상에 ‘현재진행형’으로 온라인 상에서 떠돌 수 있는 만큼 이것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미국 심리학자 일레인 카스캣 박사는 저서 ‘디지털 시대의 사후세계’에서 사는 동안 우리 각자가 축적할 ‘디지털 자료’를 평소 ‘큐레이팅’하라고 강조한다. 여기서 큐레이팅이란 내가 오래 간직할 또는 타인과 공유할 만한 기록들을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선택은 무조건 긍정적인 사건들만 남기라는 의미가 아니다. 바로 ‘솔직함’이다. 마지막으로 이것들이 모두 후손들이 나를 기억할 중요한 ‘유산’이 될 것이기에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평소 우리 각자가 가치 있게 여기는 일들을 하면서 원하는 삶을 사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연의 글쓴이도 어머님께서 살아 계시는 동안 어머님과 소중한 시간을 많이 만들고, 기록으로 남기길 바란다.
참고
1. <엄마 나 크리스마스때 뭐 사줄거야.jpg>, 웃긴대학(링크)
2.<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 일레인 카스켓 저, 비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