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면 의사에게 내 상태를 설명한다. 그럼 의사는 컴퓨터에 자신의 언어(!)로 그것을 기록하는데 이를 보고 있는 나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내 몸에 관한 것이지만 정작 의료진이 아니면 ‘외계어’로만 들리는 그것 바로 의학/과학 전문용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과학용어에서도 느끼는 세대차이’라는 게시글을 봤다. 아래는 원출처인 서울시교육청의 카드뉴스 자료다.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용어들이 독일 또는 일본식 표기고 2005년 이후로 영어식 표기가 공식화됐다는 것과, 이런식으로 바뀐 게 2005년부터라니… 생각보다 꽤 오래됐다는 사실에 놀랬다. 아직 나는 탄수화물에 있는 녹말을 검출하는 용액으로 아이오딘보다는 ‘요오드’를 침에 들어있는 효소 아밀레이스보다는 ‘아밀라아제’로 읽고 표기하는 것이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3년부터는 화학원소 이름 공식 표기도 영어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물론 이전 표기를 쓰는 것이 틀린 건 아니다. 여전히 병행 표기가 가능한데, 중요한 건 대중이 얼마나 이해하기 쉬우냐일 것이다.
일본어식 표기, 한자어로 된 것도 우리말로 풀어쓰는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예를들면 위 카드뉴스 자료에서 처럼 척추(脊椎)를 등뼈로 표기하고 간뇌(間腦)를 사이뇌로 표기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풀어쓰는 것이 어색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예를 들면 눈 바로 뒤에 자리 잡고 있는 뇌 영역을 한문식으론 ‘안와전두피질’ 우리말로 풀어쓰면 ‘눈확앞이마겉질’이라고 표기하는데, 차라리 한문식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다. 생각건대, 용어는 대중에게 얼마나 자주 노출되고 쓰이느냐에 따라서 공식적인 것으로 서서히 굳혀지는 것 같다. 2010년 이전엔 자장면만 표준어로 쓰이다가 이듬해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된 것처럼 말이다. 특히 대중의 일상을 바꿔버린 ‘코로나19’ 시대 그 어느때보다 의료관련 뉴스가 이슈가 되는 지금, 전문가들의 리그로만 여겨지던 의학/과학용어를 대중이 알아야할 필요성이 커져가고 있다. 이런 용어의 표기와 대중화에 대한 고민과 변화의 시도가 보다 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
1. <과학용어에서도 느끼는 세대차이…jpg>, 에펨코리아(링크)
2. <요오드→아이오딘, 아밀라아제→아밀레이스! 바뀐 과학용어 알고 계셨나요? #화학용어 #생물학용어>, 서울시교육청 블로그(링크)
3. <게놈 → 유전체’ ‘요오드 → 아이오딘’… “과학용어 쉽고 정확하게 바꿔쓰자”>, 동아일보(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