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전통의 웨딩드레스

국내 굴지 대기업 총수의 죽음은 그 어떤 뉴스보다 금방 이슈가 된다. 총수의 일대기부터 시작해서 생전 있었던 소소한 에피소드와 과오까지… 살아 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법한 것들도 이야깃거리가 된다. 여기에 후속보도로 총수 일가의 유산 배분 문제나 향후 누가 그룹 경영의 총책임을 맡게 되는지도 역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다. 특히 유산이나 경영권 배분으로 인한 갈등을 보고 있노라면, 가진 게 많은 것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거를 새삼 알게 된다. (정작 현실에서는 이런 깨달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대학에 다음과 같은 게시물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이야기는 힌 집안에 속한 4명의 여성이 85년간 웨딩드레스 한 벌을 물려입은 사연이다. 1932년 테레사 모레노는 자신이 직접 실크 원단을 바느질해 웨딩드레스를 만들었다. 이것은 50년 뒤 이 할머니의 손녀였던 마르타 프리에토 오하라가 할머니의 드레스에 반해 이것을 입고 결혼식을 올렸고, 이어 마르타의 막내 여동생이었던 엘레나 살리나스가 1997년 결혼식때 입었다. 20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드레스는 21세기에도 그 아름다움이 바래지 않았다. 2017년 마르타의 딸, 그러니까 , 테레사 모레노의 증손녀인 필라르 오하라 카슈프가 입고 결혼식을 올렸으니까 말이다. 필라르는 ABC뉴스에서 “완벽하게 몸에 맞았고 수정할 필요도 없었다”고 밝혔다. 테레사 모레노는 2008년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녀는 생전 자신의 딸들을 비롯한 모든 가족의 웨딩드레스를 직접 만들어줬다고 한다. 따라서 그녀의 딸, 마르타의 어머니는 다른 드레스를 입었기 때문에 드레스를 물려입은 당사자가 아닌 것이다.

 

변화무쌍한게 당연시 돼버린 요즘, 할머니가 자신을 위해 손수 만든 드레스를 자손대대로 물려 입는 이야기가 특이하게 들리는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약자로 자리매김한 웨딩드레스는 결혼하는 순간 잠시 입는 옷이라는 인식이 강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더욱. 할머니의 웨딩드레스가 100년이 다되가는 시간속에서도 빛나는 이유는 이 옷을 입은 여성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 아닐까. 유산하면 정말 오래된 문화재나 그렇지 않으면 갈등의 씨앗이 되는 돈이 금방 떠오르는 오늘날, 85년 전통의 웨딩드레스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나는 나의 후손들을 위해 어떤 유산을 물려줄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참고
1. 85년 전통의 웨딩드레스.jpg, 웃긴대학
2. 웨딩소식 – 4명의 신부가 85년동안 하나의 웨딩드레스를 물려입은 사연, 네이버 블로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