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 창업했는데 로고 좀 그려주라

사탕의 대명사 츄파춥스(Chupa Chups)는 알고보니 스페인의 브랜드다. 이 사탕 브랜드는 1958년 등장했으며 창업자는 엔리크 베르나트다. 츄파춥스 등장 전 사탕은 아이들이 먹기 불편했다. 커다란 지팡이 모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에 사탕을 쥔 상태에서 먹었으니, 사탕 자체가 더러워지기 쉽고 손이나 옷에도 묻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베르나트는 제품을 한입 크기로 줄이고 거기에 나무막대를 꽂았다. 그리고 주로 매장 카운터 뒤에 있던 제품을 아이들의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 즉 계산대 근처에 진열하도록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창업 5년 만에 제품이 30만개의 매장에서 팔려나갔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그가 만족할만한 수준은 되지 못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대학 등에서 돌고 있는 얘기 중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1969년 베르나트는 당대 유명한 예술가 친구를 만난다. 바로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다. 베르나트는 달리에게 코카콜라 같이 브랜드 이미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로고를 디자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달리는 즉석에서 데이지 꽃 모양의 새로운 로고를 디자인 해줬고 노란 계열 바탕에 폰트는 눈에 띄게 두껍게, 포장할 때는 로고가 사탕 꼭대기에 올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까지 했다. 이 제품의 로고는 달리가 등장한 전과 후로 나뉠 정도로 그 느낌이 확 달라졌다. 단순히 텍스트만 있거나, 사각형 모양안에 있던 타이포그래피가 꽃 모양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로고는 1988년도부터 자리잡은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사탕을 받을 때마다 꼭대기 부분에는 당연히 이 브랜드 명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제레마이어 가드너의 책 ‘린 브랜드’에 따르면 창업 초기의 제품 자체의 기능적 혜택과 특징이 아닌 감성적인 아이디어를 나타낸 로고 이미지가 가장 효과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상징 요소라고 한다. 돌이켜보면 창업자인 베르나트는 1950년대 후반 ‘베이비붐’이 일어났음을 알고 당시 아이들과 아이들의 부모를 공략하는 먹거리로 사탕 사업에 집중했다.사탕의 모양과 판매 방식 뿐만 아니라, 사탕에 쉽게 ‘눈이 갈 수 있도록 ‘포장 디자인’까지 고려했다. 물론 디자인은 달리의 몫이었지만, 창업자의 안목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이처럼 세계적인 브랜드 탄생의 시작은 우리 주변의 일상을 얼마나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에 달렸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한다.

 

참고
1. <??? : 나 창업했는데 로고 좀 그려주라.jpg>, 웃긴대학
2. <린 브랜드>, 제레마이어 가드너 저, TXTPUBLIS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