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보다 또래가 무서운 이유

 

살면서 모두와 잘 맞을 순 없다. 우리는 세상을 알아갈수록 관계를 맺을 수록 나와 잘 맞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그저 그런 사람을 구분 짓게 된다. 구분 짓는 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다. 다만 법보다 더 강력해야 할 윤리적인 조건이 있다. 나와 잘 맞지 않은 상대도 ‘존중’해주는 것이다. 이는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우리와 잘 맞지 않은 다른 집단도 어울리지는 못할지언정 집단의 존재 자체는 인정해주자’라고.

 

하지만 이는 생각보다 어렵다. 뜻이 통하는 개인과 개인이 뭉친 집단은 따로 존재했을 때보다 뭉쳐있을 때 상호작용으로 인한 시너지를 일으키기 쉽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는 우리와 통하지 않는 이들을 보다 쉽게 배척할 수 있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이같은 상황이 심해지면 집단과 집단간의 갈등으로 번지며, 사회에 ‘힘의 크기’를 보여주며 우월함을 과시하려고 든다. 특히 청소년의 뇌는 성인에 비해 사회적 배제에 극도로 민감해서, 또래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나면 심한 불안과 처진 기분을 경험한다고 한다. 따라서 또래에 초점을 맞추는 10대에서는 사회적 뇌를 발달시킬 필요성이 전면에 등장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대학에서 회자하는 트위터 캡처물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A가 B와 B를 따르는 무리들로 인해 힘들어 하고 있는데, A와 친분이 있던 C가 B를 제압하자 A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는 거다. 알고보니 C는 B보다 더한 힘을 가진 자와 친구인데다, B보다 물리적인 힘도 더 셌고, 무엇보다 A와 친구였다. A 역시 C의 그룹 안에 속해 있었던 걸 B그룹은 몰랐다. 이런 논쟁은 접고서라도, B그룹이 A의 다름을 인정했다면 아무 일 없었을 것이다.

 

정서 심리학자 세라 로즈 캐버너는 그녀의 저서 ‘하이브 마인드’에서 집단 내 동조화가 심해지면 ‘탈인간화’ 현상이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탈인간화’란 나와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인식하는 걸 말한다. 다시 말해 B그룹은 말투와 행동이 느렸던 A가 자신들보다 열등한 존재로 비춰졌을 것이고, C는 B그룹을 힘으로 응징해도 마땅한 집단이라고 인식했을 것이다. 결국 이것은 A의 학교 생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철저한 힘의 논리에 따라 이뤄진 일시적 봉합인 셈이다. 학교에서 집단과 집단의 존중과 협력을 교과서로 배워도 모자랄 판에, 사회에 나오기 전 너무나 자연스럽게 힘의 논리를 체득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또 이것이 트위터 작성자가 경험한 ‘유일한 해결’이라고 언급한 것은 더더욱. 중요한 건 이 사례에 어른은 없었다.

 

참고
1. <어른보다 또래가 무서운 이유> 웃긴대학
2. <하이브 마인드> 세라 로즈 캐버너 저, 비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