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만 원이라는 명품 패딩.jpg

 

 

명품 브랜드에서 실제로 나온 패딩이란다. 무늬만 보면 버버리 맞는 것 같은데 “이게 뭐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별명까지 붙었다. ‘박스테이프 에디션’. 이런 게 하이패션인가 싶었지만, 버젓이 매장까지 나온 걸 보면 정말 팔 생각으로 만든 것 같다. 도대체 디자이너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만든 걸까? 설마 박스테이프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건 아닐 테고… 사람들의 반응도 역시나 불호가 많았다. “320원 이어도 안 삼.”, “돈 주고는 절대 안 사고 누가 공짜로 주면 중고나라에 올릴 듯.”, “한 놈만 걸려라 뭐 이런 건가?”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1)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말라

 

하지만 정말 ‘한 놈’이 걸릴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 패딩을 보고 좋아할 수도 있다. “아니, 누가 이런 걸 좋아해?”라고 생각하겠지만, 전 세계 인구는 70억이 넘고 유행은 시시각각 변한다. 50년쯤 뒤에는 저런 박스테이프 같은 소재를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할 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다. 이런 게 취향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취향이란 이해하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와 취향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는 없다. 또 이해할 필요도 없다. 즉 취향을 두고 논쟁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취향에는 저질도 없고, 고급도 없다. 취향에 품격이 있다면, 다른 취향을 인정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박스테이프 에디션’을 좋아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볼 필요도 없고, 비난할 필요도 없다.

 

2) 취향에도 범위가 있다

 

하지만 모든 취향이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별/혐오성 취향은 용납받을 수 없다. 사회 분위기를 해치거나 법을 어기는 취향도 존중받을 수 없다. 대게 논란이 되는 취향은 사회 분위기를 해치느냐 마느냐 하는 지점에서 갈등이 벌어진다. 물론 이 기준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그래도 현재 우리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생각과 심리 안에서 허용할 수 있는 취향만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3) 취향으로 성공하는 법

 

취향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지만, 동시에 사회적인 인식(하이브 마인드) 안에 있어야 한다. 이중적이라고 느껴지는가? 그런데 그 이중성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다. 책 <패거리 심리학>에서는 이를 두고 ‘호모 두플렉스Homo duplex’라고 했다. 인간은 고유한 개성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공유된 집단 정체성을 가지는 이중적인 존재라는 뜻이다.

 

인간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면 ‘취향으로 성공하는 법’을 끌어낼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을 뭐라 하는가? 그게 바로 ‘공감’이다. 즉 취향이 공감을 얻으면 성공으로 이어진다. 버버리 박스테이프 패딩도 다수에게 공감을 얻으면 성공한 패션이 되었을 거다. 망한 패션이 된 건 그저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감이 취향이 성공하는 핵심이었을 뿐! (여기서 유념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취향에는 높고 낮음이 없다.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고 그것이 고급이나 진리가 되는 게 아니다. 간단히 흥행과 작품성은 별개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사실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취향의 영역에 있다. 패션처럼 디자인이 가미된 모든 제품은 사실상 취향의 영역이다. 방송부터 SNS까지 모든 미디어도 결국 취향이다. 부정하고 싶은 사람이 많겠지만, 정치도 사실상 취향의 영역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성의 영역에 묶어두려고 하면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이성적인 설득만큼 감성적인 공감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공감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공감을 지배하는 자가 취향을 지배하고, 취향을 지배하는 자가 성공을 거머쥐게 될 것이다. (애플이 괜히 잘 나가는 게 아니다)

 

 

참고
1) 320만원짜리 버버리 신상 패딩, SLRCLUB
2) 책 <패거리 심리학>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