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시도해도 안될 것 같은 상황이 있다. 이렇게 해보자니 손해를 볼 게 뻔하고, 저렇게 해보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차라리 위의 표현대로 접시에게 말이라도 걸었으면 좋겠다싶다. 그럼 온전히 접시가 깨질 것 같은 상황이 100% 내 탓인 상황은 면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으로 돌고 있는 이 사진을 보고 사람들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비유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밀폐된 상자 속에 독극물과 함께 있는 고양이의 생존 여부를 이용해 양자역학의 원리를 설명한 것을 말한다. 어려운 얘기지만 정리하자면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죽거나 살아 있을 확률이 있는 상자 속 고양이의 상태는 우리의 측정과 관계없이 살아 있는 상태이거나 죽은 상태인가, 그렇지 않으면 측정하기 전에는 죽은 상태도 살아 있는 상태도 아닌 상태였다가 측정으로 인해 살았거나 죽은 상태로 확정되는 것인가를 묻는 사고 실험에 등장하는 고양이다. 저 사진에 비유하자면 누군가가 저 수납장의 문을 열지 않은 이상 저 접시들은 깨진 것도 깨지지 않은 것도 아닌 거다. 상반된 상황이 중첩된 상황이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문을 연다면 어떻게든 상황은 종료가 될 것이다.

각설하고 내 생각엔 바로 잡겠다고 문을 열든, 그렇지 않든 접시 3개는 깨질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더 높다. 수납장 문을 잽싸게 열고 떨어지는 접시를 다시 잡을 수 있을 지도 의문이고 (보기만 해도 무게가 나갈 것 같다) 문을 열지 않는다 한들 이미 기울어진 접시들의 무게에 못이겨 깨질 것 같기 때문이다. 하나가 떨어지면 최소 4개는 고스란히 날려 먹을 상황. (여기에 수납장 유리까지 파손될 가능성도 클 듯) , 이러나 저러나 모두다 ‘악수(惡手)’일 땐 차라리 최악 대신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러고보면 살아가면서 최선의 선택보단 ‘차악’을 고르는 때가 더 많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더 얻을 게 없다면 덜 잃을 것을 택해야 할 것이 많은 팍팍한 현실이다.

참고 <초긴장 상황.jpg>, 루리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