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지에 오른 사람끼리는 통하는 바가 있는 듯하다.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이 인스타에 먹성을 자랑하는 사진을 남겼는데, 이에 문세윤이 답글을 남겨 화제가 되었다. 둘 다 소문난 대식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숯이 다 없어질 때까지 고기를 먹어본 적 있는가’라는 도발에 당당히 ‘네’ 한 마디로 응수하는 패기에서 먹부심이 절로 느껴진다. 그저 대식가끼리의 재밌는 에피소드로 끝날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나는 여기서 엔터테이너 문세윤의 역량을 느낄 수 있었다.
문세윤은 2002년에 데뷔한 개그계 고참이다. 이후에 연기자로 활동하며 활동을 이어갔다가 최근 다시 개그계로 돌아왔다. 그랬던 그가 빵 터진 프로그램이 바로 <맛있는 녀석들>이다. 이 프로그램은 음식 정보 프로그램이지만 맛집 소개 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다르다. 4명의 출연진이 음식을 정말 맛깔나게 먹는 게 이 프로의 핵심 콘텐츠다. 먹방 콘텐츠가 케이블에 진출한 사례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맛있는 녀석들>의 장점은 멤버들의 완벽한 케미다. 진짜로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밥 먹는 분위기라 방송 특유의 작위적인 면이 거의 없다. 꾸미지 않았지만, 꾸민 것보다 더 즐거운 재미를 선사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매력이다. 그리고 이런 매력이야말로 요즘 시대에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요구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방송국 예능처럼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완벽한 기획으로 재미를 뽑아내는 게 아니라, 이미 갖춘 내공과 매력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재미가 흘러나오는 식이다. <맛있는 녀석들>은 먹방 포맷을 가져왔고, 동시에 먹방 유튜버들이 재미를 뽑아내는 방식까지 가져왔다.
그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재미, 매력, 내공은 어디서 오는가? 끊임없는 소비에서 온다. 문세윤은 직업이 엔터테이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그가 일상의 재미를 포착해내는 공간인 셈이다. 누군가는 놀면서 일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그게 맞는 말이다. 크리에이터는 일과 삶의 구분이 없다. 일상이 일이고, 일이 곧 놀이다. (이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인스타에 댓글 한 줄 남기는 것도 콘텐츠화하는 것. 이런 모습이 요즘 대세에게 필요한 자질이 아닐까 싶다.
한 줄 요약 – 문세윤도 뼈그맨이었어
참고 : 입짧은햇님 인스타에 댓글단 문세윤, 더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