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먹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논쟁거리가 있다. 상추 VS 깻잎. 취향의 문제라 뭐가 옳다고 할 순 없지만,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당연히 깻잎 아닐까? 특유의 풋풋한 향이 돼지 비린내를 잡아주고 쌈장과도 찰떡궁합이라 상추 따위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이상 깻잎 덕후의 근거 없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깻잎을 먹는 건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깻잎은 들깨의 잎사귀인데 (이거 모르는 사람도 많더라. 그게 바로 나임!), 아예 들깨가 자라지 않으면 모를까, 들깨가 분포한 아시아권에서도 깻잎을 먹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개성 지역을 제외하면 깻잎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들깨를 재배하고 남은 깻잎은 모두 버린다고. (대신 비슷한 용도로 방앗잎을 사용한다고 한다)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맛이 고역이라고 하는데, 고수를 싫어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모든 외국인이 깻잎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솔직히 삼겹살에 깻잎 싸서 먹어보면 무조건 반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식으로 깻잎을 널리 알린 일화가 있다. (aka. 21세기 독일판 문익점)
깻잎은 우리나라만 먹는 채소라 영어 위키백과에서도 ‘kkaennip’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쓴다고 한다. 깻잎이 널리 퍼지는 게 왠지 나만 아는 꿀정보가 방출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깻잎의 맛을 모르는 건 너무 불쌍하니까(?) 깻잎+삼겹살 콤보가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이 또한 문화 수출의 한 예가 될 수도 있다. ‘카레’ 하면 인도가 떠오르는 것처럼 ‘깻잎’ 덕분에 우리나라가 떠오른다면 이 또한 우리나라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1) 전 세계에서 한국만 먹는 채소, MLBPARK
2) 21세기 독일판 문익점 有, 핫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