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방부가 가장 잘 한 일

군 생활에서 제일 괴로운 점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다수의 전역자가 말하는 가장 괴로운 고통은 자유가 없다는 점이다. 나도 그랬다. 아무리 군 생활이 개선된다고 해도 갇혀 있다는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특히 사회와 괴리되어 간다는 기분이 절망적이다. TV도 있고, 사지방이라고 장병을 위한 PC방이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TV는 공용이라 원하는 방송을 보긴 어렵고, 사지방 컴퓨터는 성능도 떨어지는 데다 이 또한 공용이라 맘 놓고 사용하기도 어렵다. 사실상 한창나이의 청년들을 국방의 의무라는 명목으로 억지로 가둬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러니 군인은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따지고 보면 나라를 위해 아까운 시간을 희생하는 고마운 사람들인데, 그들을 향한 대우는 정말 처참하기 그지없다. (월급이라도 제대로 주면 모를까… 군인 월급은 최저임금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다)

 

 

 

 

 

그런데 올해부터 장병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가하기로 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뭘 잘못해서 군대에 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벌 받는 것도 아니고 군인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할 이유 따윈 하나도 없다. 일부에서는 보안상의 문제를 언급하기도 하는데, 군대보다 더 빡세게 보안 검열을 실시하는 대기업 연구소에서도 직원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필요하다면 카메라를 못 쓰게 하던가 (설정이나 스티커 붙이기) 특정 장소에 출입하려면 휴대전화를 맡기고 가는 식으로 할 수 있다.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그저 장병들의 자유를 빼앗는 것에 너무도 익숙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대한민국 국방부는 오래전부터 군인들의 복지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쏟아붓는 돈이 조 단위로 들어간다.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에 들어간 돈이 6조 8천억 원이었다. 그래도 사업을 완수하지 못해 추가 비용이 들어갔다. 침대 사는데 조 단위로 돈을 쏟아붓다니… 세금과 복창이 함께 터지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주거 환경을 개선해도 장병들의 행복도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휴대전화가 그걸 해냈다. 휴대전화 사용 이후 사회와의 소통은 30% 이상 향상되었고, 심리적 안정 지수는 40점 이상 높아졌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군인들을 향한 처우와 대접이 더욱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완전 징병제를 유지하는 나라가 별로 없고, 설령 징병 됐다고 해도 우리나라처럼 몇 개월씩 밖에도 못 나가고 갇혀 지내야 하는 곳은 더 없다. 예를 들어 태국의 경우 추첨식 징병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말이면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다고 한다. 외출 횟수도 제한하는 데다, 위수지역 밖으로는 나갈 수도 없는 우리와 너무도 비교된다. 앞으로 군인들에게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 모두 군인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