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시간은 다르다 : 6가지 시간관

 

내가 정지해 있을 때보다 차를 타고 가고 있을 때 나를 지나가는 차의 속도는 더 빠르게 측정된다. 하지만 빛은 그렇지 않다. 빛의 속도는 내가 어떠한 운동상태에 있다하더라도 항상 같다. 만약 우리의 세계(관성계)에 같은 물리법칙이 성립하고 빛의 속도가 일정해야 한다면 결국 서로 다른 관성계에서 측정한 물리량은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걸 인정한다면 우리는 예상치 못한 길에 들어서게 된다. 바로 시간(and 공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시간을 우리와 상관 없이 도도히 흘러가는 절대적 존재로 여겨졌던 상식을 파괴했다. 그런데 물리의 세계에서만 시간이 상대적인 것은 아니다. 심리의 세계에도 시간의 상대성이 있다.

 

일단 각 개인의 시간 인식은 인지 과정(cognitive process)이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주어진 기간 내에 더 많은 인지 과정을 거칠수록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것처럼 인식한다. 라이스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길이가 같은 두 개의 소리를 들을 경우 음조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소리를 음조가 일정한 소리보다 더 길다고 판단한다.

 

자동차 사고를 당한다거나 강도에게 돈을 빼앗길 때도 마찬가지다. 짧지만 고도로 초점이 집중된 사건들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주의력 집중이 급격하게 증가해서 ‘주관적 시간 확장(subjective expansion of time)이라고는 것이 생긴다. 실제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이 반대의 현상도 벌어진다. 무언가에 깊이 몰입할 때이다. 이때는 시간이 사라진다. 누가 이런 말을 했다.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앉아 있는 남자는 한 시간을 1분처럼 느낀다. 하지만 그를 뜨거운 난로 곁에 앉혀두면 1분을 한 시간처럼 느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대성이다.”

 

‘누가’의 정체는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여러 방면의 ‘상대성’에 능한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각자의 시간을 갖고 있다는 말은 단순히 시간에 대한 ‘느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에 대한 ‘관점’이 모두 다르다는 말이다. 각자의 ‘시간관’은 시간과 관련된 태도, 믿음, 가치를 반영한다.

 

과거, 현재, 미래 중 언제의 일을 생각하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가?
과거나 현재, 미래를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
긍정적인 느낌인가, 부정적인 느낌인가?
행복한가, 슬픈가?
희망을 갖게 되는가, 두려움을 갖게 되는가?

 

자신이 어떠한 시간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진다. 그리고 시간관은 개인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 즉 개인의 삶의 모든 면을 반영한다.

 

<타임 패러독스>의 저자 필립 짐바르도와 존 보이드는 20년간 어린아이부터 90세 노인에 이르까지 수천 명을 연구했다. 그들은 연구를 통해 어느 누구도 똑같은 시간관을 갖는 사람은 없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6가지 시간관으로 분류할 수 있음을 알았다.

 

1) 과거부정적(Past-negative) 시간관
과거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로 그 사람이 실제로 경험한 부정적인 사건을 반영하거나 평범한 사건을 부정적으로 재구성하는 태도를 말한다.

 

2) 과거긍정적(Past-positive) 시간관
과거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그 사람이 실제로 경험한 긍정적인 사건을 반영하거나 혹은 역경의 경험에서 최선을 끌어내는 긍정적인 태도를 반영한다.

 

3) 현재숙명론적(Present-fatalistic) 시간관
삶의 많은 부분을 좌우하는 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시간관이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므로 개인의 선택이나 행동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4) 현재쾌락적(Present-hedonistic) 시간관
즐겁게 사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행동을 좋아한다. 쾌감은 진리이다.

 

5) 미래지향적(Future) 시간관
매일 아침 그날의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 미래의 더 큰 보상을 바라며 현재를 희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시간 엄수에 엄격하며 어디서나 높은 능력을 인정 받는다. 하지만 자유를 누리는 시간은 매우 적다.

 

6) 초월적인 미래지향적(Transcendental-future) 시간관
충동을 잘 조절하며 공격적이지 않고 미래에 생길 수 있는 결과를 늘 염두해 둔다. 종교인이 많다.

 

앞으로 <타임 패러독스>를 만독하면서 각 시간관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아볼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6가지 시간관 중에 가장 ‘옳은’ 시간관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시간관은 환경과 상황에 따라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으며 시간관을 복합적으로 갖기도 한다.

 

앞으로 각 시간관의 특징을 잘 알게 된다면 자신의 시간관이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시간관을 갖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혜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타임 패러독스(시간이란 무엇인가)> 필립 짐바르도·존 보이드 저, 미디어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