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만 먹는다고 절대 어른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연공서열, 호봉제, 장유유서 같은 사회적 관념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어떤 충돌이 일어났을 때 논리와 근거가 떨어져 밑바닥이 드러나면 바로 “너 몇 살이야?”가 나온다. 세상 모든 현상에는 양면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이 중심 문화에도 당연히 장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장점이 제대로 활용되려면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바로 나이가 들면서 점점 성숙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성숙해진다는 의미는 개인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보편적으로 다음 3가지 조건은 만족시켜야 ‘어른스럽다’라고 인정해 줄 수 있을 것이다.

 

 

1. 가치관의 정립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다르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든 다름을 존중할 수는 없다. 우선은 합리적인 근거가 기준을 뒷받침해야 하고, 또 기준을 잘 지키는가에 따라서 각자의 가치관은 존중받을 수 있다. 나이가 많아도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즉흥적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가치관은 마음먹는다고 생기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이해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되어야 자신에게 의미 있는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충분한 공부 그리고 고민을 수반하지 않은 가치관은 없다는 뜻이다. 과연 입시를 제외하고 자신을 위해 제대로 꾸준히 공부하는 성인이 얼마나 있을까?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나이에 걸맞은 연륜이 있는 어른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2. 운에 대한 인지

 

나이가 많다는 것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정말 옛날 같으면 지식의 축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수많은 정보를 어렵지 않게 검색할 수 있는 시대에서 “노인은 불타는 도서관과 같다.”라는 표현은 조금 진부하게 들린다. 그렇다면 진짜 강점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직접 관찰이라고 생각한다. 간접 경험의 한계는 직접 경험과 비교했을 때 체감하는 정도가 상대가 안 된다는 점이다. 오래 살았다면 정말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말처럼 정량적으로 몸소 겪으면서 지켜본 사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깨달아야 하는 세상의 진리는 바로 ‘운’이다. 세상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면 두 가지 측면에서 유리해진다. 첫 번째는 겸손해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운과 관련된 일에는 감정 소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그렇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하여 명확하게 인지하면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확연하게 줄어들게 되어있다. 세상에 대해 조금은 초연해질 수 있다. 어른스럽게 말이다.

 

 

3. 맥락에 대한 이해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라는 이야기가 말장난 같지만 정말 맞는 소리이다. 모든 상황에는 맥락이 있기 때문에 똑같은 사람 그리고 똑같은 사건이 벌어져도 결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전형적으로 나잇값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바로 맥락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때와 지금은 모든 상황이 다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이 이렇게 보급되지 않았고, 소셜 미디어도 이렇게 발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위협한 적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맥락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지 못하면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어른이 아니라 ‘꼰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