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어느 순간부터 수저가 돼버린 걸까?

금수저니 흙수저니 몇 년 전부터 부모의 경제력을 기준으로 수저론이라는 것이 생겨버렸다. 처음엔 굉장히 어색하게 들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이 개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우와! 저 사람은 금수저니까 저렇게 살 수 있구나”, “음… 저 사람은 은수저 정도 되겠네”, 이런 생각들을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다. 사실 별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고방식도 아닌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이런 나의 모습을 부끄럽게 만드는 글을 보았다.

 

 

“엄마는 왜 어느 순간부터 수저가 돼버린 걸까?”

 

마음이 애리고 부끄러워졌다. 나도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나의 부모님을, 누군가의 부모님을 수저로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떤 사람이 쓴 글인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2015년에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라고 하더라.)

 

직업, 집, 차 이런 경제적인 것들을 사실 우리 현실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가족이라는 개념은 사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데 돈으로 환산하고 있던 것이다.

 

애당초 수저론은 이런 불균형한 경제적 상황을 비꼬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지만, 나도 모르게 당연한 개념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서글퍼지고 미안해졌다. 요새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이 뜸했는데, 부모님께 안부 인사 전화를 드려야겠다.

 

– 홍경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