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졸업식에 다녀온 편의점 알바생

요즘에는 단골이라는 개념이 많이 희석된 것 같다. 나어린 시절만 해도 동네 슈퍼 아줌마나 세탁소 아저씨를 보면 항상 인사하고 다녔었다. 장보고 집에 오는 길에 어머니가 슈퍼 아줌마와 이야기꽃이라도 피우면, ‘빨리 가서 만화 봐야 하는데…’ 하는 마음에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장은 대부분 대형마트로 보러 가고, 동네 슈퍼는 사라지고 편의점이 골목까지 진출했다. 자주 찾는 단골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근황 토크를 나눈 적이 없다. 정겨운 무언가를 잃어버린 기분이다.

 

그런데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손님 졸업식에 다녀온 편의점 알바생’이란 제목의 글을 보았다. 처음에는 ‘이건 또 무슨 신박한 갑질인가?’라고 생각했다. 하도 편의점 갑질을 많이 접하다 보니 제목을 보자마자 안 좋은 생각부터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니 이보다 훈훈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읽으면서 이런 게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이런 게 진정한 네트워킹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흔히 네트워크라는 말을 들으면 온라인에서의 연결을 떠올린다. 하지만 온라인 연결은 끈끈함이 매우 약하다. 사실상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이뤄내려면 온라인에 머물 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확장해야 한다. 나도 온라인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오래도록 친분을 유지하고 무언가 의미 있는 결실을 만든 사람들은 전부 오프라인까지 인맥이 확장한 경우였다.

 

온라인으로 느슨한 연결을 이루고, 오프라인으로 끈끈한 연결을 확장하면 무언가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우리가 무료 독서 모임을 개최하고, 각종 오프라인 행사를 넓혀나가려는 이유이다. 그렇게 인연을 만들고 의미를 나누고 도움을 준다면, 그 모든 네트워킹이 사회적 자산이 될 것이다. 돈 부자는 되기 힘들어도 사람 부자는 될 수 있다. 둘 중에 뭐가 더 좋냐고 묻는다면 나는 사람 부자가 더 좋다고 말할 것 같다.

 

참고 <손님 졸업식에 다녀온 편의점 알바생.jpg>, 이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