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말싸움과 관련해서 유명한 명언이 있다. “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니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다.” 논객으로 유명한 진중권 교수가 한 말이라고 하는데, 많은 사람이 공감했고 두고두고 써먹는 밈이 되었다. 솔직히 살면서 논쟁이나 토론을 안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이 유용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소모적인 감정 낭비로 귀결되는 경우가 꽤 많다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 그럴까? 다음은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의견인데, 이런 경우라면 토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윗글을 쓴 사람이 정말 말싸움을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토론이 아예 성립 불가능한 경우는 알고 있는 듯하다. 위 발언에서 토론과 관련한 중요한 키워드가 2개 등장한다. 바로 ‘납득’과 ‘인정’이다. 내가 볼 때 이 2가지만 갖춰져도 우리의 토론문화가 한층 성숙할 것이라고 본다.
납득은 다른 말로 하면 ‘이해’이다. 토론이 성립하려면 일단 토론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주장이 무슨 소리인 줄 모른다면 토론이 진행될 수 없다. 즉, 기본적인 문해력이 받쳐줘야 한다. (윗글에서 말하는 멍청함이란 낮은 문해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를 방해하는 요소에 낮은 문해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 말을 끊어먹는다거나,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 등 의견 교환을 방해하는 행동도 이해를 방해하는 중요한 요소다. 즉,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는 문해력도 중요하고, 이것을 올바르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통능력도 필요하다. 이게 없으면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
‘인정’은 토론을 의미 있게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리 탄탄한 근거를 갖추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해도 상대가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면 토론은 이뤄지지 않는다. 서로의 주장만 늘어놓다 끝나게 된다. (대부분의 TV 토론이 이 수준이다….) 상대방의 주장이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하다면 인정해야 한다. 그래도 그 주장을 100% 수용할 수 없다면 다른 논점을 들고 와서 토론을 이어가야 한다. 이렇게 보면 토론이란 인정과 양보의 반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맞는 말은 인정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며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혀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해력은 제대로 된 토론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제대로 된 토론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면 갈등은 계속되고 그런 만큼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문해력을 키우고, 소통능력을 키워야 한다. 토론만 제대로 이뤄져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엄청날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나부터 제대로 된 토론이 가능하도록, 책도 많이 읽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줄 아는 자세를 갖도록 노력해야겠다.
참고 <말싸움에서 이기기 힘든 부류.jpg>, 이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