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앤데, 7개월 만에 대학 수학까지 갔다는 그런 친구가 있어요. 정말 대단한 친구야. 그런 친구는 전 세계에 0.0000001%예요. 그거는 수학으로 타고난 친구예요. (영재발굴단 홍한주 학생 이야기) 서울대 수학과 중간고사 5문제 중 3문제를 맞혔다니까! 말이 안 되는 친구야.
그런 게 타고났다는 거예요. 6학년짜리가! 여러분들 중에서 유전자가 공부를 좌우한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이 친구는 유전자를 타고난 게 맞아. 그래서 수학을 잘하는 거야. 이 친구를 수학적으로 이기기는 힘들겠지요. 근데 수능 1등급, 수능에서 만점 받는 건 그렇게 타고난 사람들 뽑는 게 아니야. 누구나 가능하다는 얘기를 하는 거야.
여러분, 제가 아무리아무리 100m 달리기를 연습한다고 해도 타고난 몸이 아니니까 우사인 볼트보다 느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제가 아무리 1년 내내 스케이트를 돈다고 해도 김연아 씨보다 잘 타지 못하잖아요. 100년 동안 노력해도 안 된다고요. 노력이 1인자를 만들어주지 않아요.
근데 내가 여러분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건! 대한민국은 그런 사람을 원해서 수능 시험을 보는 게 아니야! 천재 발굴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대학에서 학문을 받아들일 능력을 보는 거야.
천부적인 능력이 아니라, 체육 시험이라고 하면 배구에서 요고 요고(토스) 12개 하는 거. 그러면 1등급을 주는 거야. 저같이 운동신경 없어도 맨날맨날 하면 12개 못할까? 이거? 내 얘기는 그 노력을 얘기하는 거야. 그 정도의 수준이 수능 만점 수준이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 포기할 필요 없다고. 요즘 인터넷 사이트에 영상 보면 유전자, 결국은 유전자, 댓글 달리는 거 보면 다 유전자라고… 아니라고!!!!
수능 따위를 가지고 유전자라고 하지 마요! 학문은 유전자인데, 이건 학문이 아니잖아요. 받아들이는 태도와 본질적인 노력만 하면 누구나 다 올라갈 수 있는 게 수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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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한 EBS 수학 강사가 강의 중에 재능과 노력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힌 내용이다. 이를 보고 느낀 바가 있고, 또한 위 발언 중 틀린 내용도 있기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 글을 쓰고자 한다.
1) 수능은 실력을 보증하지 않는다
예전에 어떤 퀴즈쇼에 수능 상위 0.01%만 모은 팀이 등장했다. 팀 이름은 무려 ‘공부의 신’. 이 정도면 우승은 거저먹기가 아닐까?
아니었다. 의사, 외무고시 합격자, 사법고시 합격자, 국내 정상급 회계 법인까지… 다른 팀들의 면면은 더 굉장했다.
수능 0.01%라는 공부의 신들이 오히려 초라해보일 정도다. 그들도 그걸 아는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헛웃음만 나왔다.
아마 많은 중고생이 수능 1등급이나 명문대 합격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실력을 보증하는 건 아니다. 수능 만점은 성실함 같은 걸 보증하겠지만, 창의력이나 실행력처럼 실제로 가치를 만드는 실력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수능 만점을 받았다고 자만할 것도 아니고, 수능을 망쳤다고 인생 끝난 것처럼 생각할 필요도 없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비즈니스 세계에 발을 들이면 수능을 잘 봤다는 게 경력조차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진짜 공부란 오히려 수능이 끝난 다음에 시작된다고 봐도 좋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 스스로 실력을 키우는 것이 진짜 공부다. 의사나 고시합격자, 회계 법인 같은 사람들은 그런 능력을 증명한 사람들이다. 수능을 잘 본 것은 이에 비하면 정말로 초라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2) 수능은 노력하면 누구나 잘 볼 수 있다
수능과 비즈니스의 결정적 차이가 뭘까? 바로 정답의 유무다. 수능에는 정답이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비즈니스는 스스로 실력을 키우는 ‘진정한 의미의 학습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정답이 없어서 열심히 노력만 한다고 무조건 잘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는 운도 필요하고, 정말 빛나는 재능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수능은 다르다.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원하는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물론 여기서도 재능의 차이는 존재한다. 누구는 더 쉽게 원하는 성적을 거둘 수 있고, 누구는 더 많이 노력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원하는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게 좀 더 힘들 수는 있다. 하지만 힘들어도 할 수 있는 게 수능이다. 어쨌든 노력하면 가능하다. 수능이야말로 굉장히 노력 친화적인 분야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그래서 수능 시험을 가지고 재능 운운하는 것은 핑계처럼 보인다. 노력의 문제가 되면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오지만, 능력의 문제가 되면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므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책임을 회피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얻고 싶으면, 책임을 피하지 말고, 똑바로 부딪처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올바른 방법과 꾸준한 노력뿐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강사님의 발언에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3) 그럼 학문은 재능일까?
위 강사님의 발언 중 하나 동의하지 않는 게 있다. “학문은 유전자인데, 이건 학문이 아니잖아요.” 사실 이 말은 틀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한 사람은 성공이 타고난 재능의 결과라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루이스 터먼은 현대적인 IQ 검사를 개발한 사람이다. 그는 지능 지수가 성공을 판가름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했고, 그에 따라 IQ 140이상의 천재 아이들을 수십 년간 추적 조사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천재 아이들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노벨상 수상자는 그가 선발한 아이들이 아니라 탈락한 아이들 가운데서 등장했다. (그들의 IQ는 120 정도였다) 즉, 타고난 재능과 성공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
훗날 <그릿>의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IQ가 아니라 끈기있게 노력하는 능력, 즉 ‘그릿’이 성공을 판가름하는 진짜 기준이라는 걸 밝혀냈다. 게다가 그녀는 IQ와 달리 그릿의 경우 훈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그래서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과 사고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러니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다고 낙담하지 말자. 타고난 재능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지만, 그것보다 성공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결국 노력이다. 따라서 “받아들이는 태도와 본질적인 노력만 하면 누구나 다 올라갈 수 있는게 수능이에요.”라는 말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받아들이는 태도와 본질적인 노력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가능성이 있어요. 그게 인생이에요.”
덧. 왜 ‘성공’이 아니라 ‘성공의 가능성’이냐면, 성공에는 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게 진짜 인생이 무서운 이유다.
참고
1) 열변을 토하는 ebs 강사.jpg, pgr21 (링크)
2) 최강연승 퀴즈쇼, MBC
이미지 출처 : 열변을 토하는 ebs 강사.jpg, pgr21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