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에게서 느껴지는 ‘말의 품격’

“어제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여기에 글을 한번 씁니다.”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억울한 심정을 하소연하는 듯한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그 내용은 억울함을 넘어 많은 사람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학원 선생님이 전화로 쏟아낸 막말은 차마 들어주기가 힘들 정도였다. “학교 다닐 대 공부 잘했으면 배달을 하겠어요?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거기서 배달이나 하고 있지.” 지금 비하하는 거냐고 물어도 막말은 그치지 않았다. “맞잖아요. 공부 잘했어 봐요. 안 하죠, 그렇게.”

 

이 외에도 “남한테 사기 치면서 그렇게 3천 원 벌어 가면 부자 된대요? 딱 봐도 사기꾼들이지 너희가 뭐 정상인들이에요?”라는 식으로 상대를 범죄자로 몰아가기도 하고, “내가 일주일에 버는 게 1,000만 원이에요.”, “거지 같아서요.” 등 허언과 폭언을 쏟아냈다.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주요 언론사에서도 다루는 뉴스가 되었다. 그런데 뉴스에 피해 배달원의 인터뷰가 등장하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가해자님’이라는 말. 나에게 잘못한 사람에게 ‘님’이라는 존칭을 쓰다니, 어딘가 어색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도리어 상대 쪽에서 먼저 ‘피해자님 죄송합니다.’라고 나와야 할 것 같은데, 피해자가 먼저 나서는 상황도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하나만은 확실하게 느껴진다. 사람의 귀천은 직업이 아니라 인품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특히 ‘말의 품격’이 중요하다. 가해자에게조차도 ‘님’자를 붙이는 조심스럽고 점잖은 태도를 보고 ‘천하다’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 반대로 학원에서 선생님 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도 무시와 경멸이 입에 배어 있는 걸 보면, 선생님이 아니라 천박한 사람으로 보일 뿐이다.

 

교육청 확인 결과 막말을 한 사람은 선생님도 아니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통원 버스 승하차를 돕는 직원이었다고 한다. 1,000만 원 번다는 말도, 선생님이라는 말도 모두 허언이었다. 그 허언이 자신의 가치를 높여 보이려는 마음에서 나왔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참으로 안타깝다. 진짜 가치는 그런 ‘타이틀’이 아니라, 말의 품격에서 이미 판가름이 났는데 말이다.

 

말에는 냄새가 있다. 어떤 이에게서는 향기가 난다. 어떤 이는 거친 듯해도 어딘가 구수한 맛이 나는 말을 쓴다. 말이 많지 않아도 정갈하고 묵직한 맛을 내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어떤 이에게서는 악취가 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지위가 높아도, 그 악취는 감출 수 없다.

 

한 번쯤 생각해봐도 좋을 것이다.

 

나의 말투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나는 어떤 냄새가 나는 말을 하고 싶은가?

 

참고

1) 학원강사 배달원 갑질폭언사건, pgr21 (링크)

2) 3천 원 배달료 더 냈다고…“공부 못해서 배달” 폭언 / KBS 2021.02.04., KBS News 유튜브 (링크)

 

이미지 출처 : 3천 원 배달료 더 냈다고…“공부 못해서 배달” 폭언 / KBS 2021.02.04., KBS News 유튜브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