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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주인공인 천사 미카엘은 땅으로 추락해 인간 사이에 살며 다음 3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1)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

 

2)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

 

3)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위 배달원의 이야기를 보며 이 이야기가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맘씨 좋은 사장님의 배려를 보며 세상이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저런 마음씨가 존재하는 한 세상은 언제까지고 살만할 것이다.

 

솔직히 앞서 등장한 아주머니 이야기를 보며 절로 고개가 푹 숙여졌다. 왜 사람들은 쥐꼬리만한 우위가 생기면 이를 과시하지 못해서 안달일까? 왜 배달원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부모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걸까? 내 아버지, 내 딸이어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왜 인간은 이렇게 옹졸하고 잔인해지는 걸까? 왜 부끄러움은 항상 타인의 몫인가?

 

혹시 모를 일이다.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 삶의 대부분도 을의 위치에 있었다. 내가 갑이 되었을 때도, 권력을 쥐었을 때도, 지금처럼 을의 심정에 공감할 수 있을까? 혹시 나도 손님이라는 쥐꼬리만한 갑의 위치에 올랐다고 누군가를 업신여긴 적은 없었을까?

 

어쩌면 이것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애덤 갈린스키의 실험에 따르면 권력을 가진 사람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제레미 호기븐과 마이클 인츠리트의 공동 연구에서는 권력이 뇌에 영향을 미쳐 거울뉴런(공감능력을 불러오는 신경세포다)이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갑질은 인간의 본성인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추악한 본성이 존재한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그에 못지 않은 아름다운 본성도 존재한다. 상처입은 사람을 보듬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실제로 아기들을 대상으로 인형극을 보여주었을 때, 아기들은 타인을 해하는 인형을 싫어하고, 타인을 도와주는 인형을 좋아했다고 한다. 갑질만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 측은지심 또한 인간의 본성이다.

 

그렇다. 인간은 악마도 될 수 있고, 천사도 될 수 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선과 악의 싸움은 천상과 지옥에서 펼쳐지는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배달원에게 갑질하는 마음을 품을 것인가? 아니면 서러운 눈물을 보듬어주는 마음을 품을 것인가? 톨스토이가 전한 교훈을 잊지 말자. 사람의 마음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바로 사랑이다.

 

참고 : 족발 배달 하다가 운 후기, pgr21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