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가장 관대한 생물종을 꼽자면 ‘식물’이 아닐까 싶다. 뿌리채 뽑혀도 혹은 이파리가 뜯기거나 가지가 잘려나가도 겉보기엔 아무런 내색없이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독초나 독버섯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제외하고, 혹은 채소를 유달리 먹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채소를 많이 먹었다고 해서 고기를 많이 먹은 것처럼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몸이 나빠질 염려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 유타주립대학 명예교수 프레드 프로벤자의 저서 ‘영양의 비밀’에 따르면 모든 생물은 결국 식물을 먹고 자라니, 식물은 만찬의 주최자(the founder of the feast)이기도 하다고 밝힌다.
놀랍게도 모든 생명의 만찬 주최자인 식물도 사실 자신들이 인간 또는 동물들로부터 잡아먹힌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책 내용을 따라가보자면, 식물은 광학성을 하면서 빛의 다른 파장을 ‘보고’ 잎과 줄기 표면의 숨구멍을 통해 ‘숨을 쉰다’ 그리고 덩굴과 뿌리를 통해 땅 밑의 환경을 느끼고 다른 식물의 뿌리임을 인지한다(촉각). 동물과 인간이 목에서 나오는 울림으로 소통을 한다면 식물의 언어는 유기화학이라고 볼 수 있다. 식물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치는 능력은 없지만 대신 포식자로부터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방어 메커니즘이 있다. 바로 자체적로 ‘이차화합물’을 생성, 동물들에게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블랙브러시라는 식물은 새로 난 가지의 타닌 수치를 높여 염소들에게 먹지말라고 경고를 한다. 식물의 어린 부분일수록 늙은 부분보다 영양분이 많으니 먹힐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세상에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물만 마시고 살 수 있겠는가. 식물이야 도망도 칠 수 없고 고통스런 비명도 지르지 않기 때문에 아랑곳 않고 모든 동물들의 1차 먹이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친다면, 우리는 이 식물이 최대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좋은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땅’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채식주의자들에 대한 괜한 걱정에서 지구 환경의 소중함까지 생각게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컷이었다.
참고
<채식주의자들 이제 공기만 먹어야겠네>, 웃긴대학(링크)
이미지 출처 <Researchers Have Found That Plants Know They Are Being Eaten> 비즈니스인사이더(링크)
영양의 비밀, 프레드 프로벤자, 브론스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