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랑 성적의 연관성

 

우리는 ‘잘하면 내 탓이요, 못하면 네 탓’이라고 말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을지언정 먼저 내 판단과 행동을 반성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쉽지 않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는 말이 있듯, 나의 행동은 그 결과가 어찌됐든 다 이유가 있어보인다. 위 사진에 나온 커뮤니티 글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학점 3.1이 나온 게 자신의 성격유형과 상관이 있을까? 이 게시글 아래 뼈때리는 댓글이 더욱 사이다처럼 다가온다.

 

옥스퍼드대 교수 메르베 엠레는 자신의 저서인 <성격을 팝니다>에서 MBTI의 탄생 배경과 이것이 어떻게 세계적인 성격 유형 검사로 자리매김 했는지 밝히고 있다. 모두 알다시피 MBTI 성격 유형검사는 미국의 아마추어 심리분석가였던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와 그녀의 어머니인 캐서린 브릭스가 개발했다. 두 사람은 인간의 행동을 구성하는 4가지 척도를 기반으로 문항을 구성했는데 이것이 곧 외향(E), 내향(I), 감각(S)과 직관(N), 사고(T), 감정(F), 판단(J)과 인식(P)이다. 그리고 이 영어단어의 약자를 따온 알파벳들은 16가지 성격유형을 만들었다. 이 16가지 유형은 꽤나 매력적이다. 개개인의 제각기 다른 삶을 간단하게 압축해 일관성 있는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살면서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MBTI 검사를 여러번 받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때마다 성격유형 결과에 따른 설명을 보고 ‘내 얘기’라고 무릎을 치치 않았는가.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MBTI가 과학적으로 유효하지 못하고, 이의 근거가 되는 이론이 임상 심리학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실제 이 책을 보면 이 성격 검사를 만든 두 모녀의 삶은 MBTI를 어떻게든 학계에 인정을 받게 하려고 했던, 고군분투 그 자체다.

 

따라서 위 커뮤니티 게시글인 ‘ISTJ’가 학점 3.1을 받는 것에 대한 의문은 그저 저 글쓴이가 어쩌다 ISTJ 유형의 사람은 ‘~~~한 사람이다’라는 걸 본 뒤, 막상 받은 학점을 생각하자니 말이 안된다고 판단했기에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가 뼈를 맞지 않았나 싶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 모두 다르다.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묶어버리는 시대는 20세기 초중반, 공장형의 대량 생산의 시대에선 통했을지언정, 다양함과 개성을 추구하는 21세기는 그렇지 않다. MBTI와 성적을 연관시킨 댓글과 대댓글 한토막을 보며 나의 한계와 가능성 모두를 결정짓는 주체는 바로 ‘나’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참고
1.<MBTI랑 성적의 연관성>, 웃긴대학(링크)

2. <성격을 팝니다>, 메르베 엠레 저, 비잉